신세계 이마트가 최근 동네 슈퍼마켓에 상품을 직접 공급하는 등 소규모 상점 대상의 도매업에 본격 나섰다. 반면 동네 슈퍼와 경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이나 '볼런터리 체인(VC)' 등 관련 가맹사업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동네 슈퍼를 고객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바잉 파워'를 키워 제조업체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마트는 이달 초부터 서울 송파 · 강동구 지역의 개인 슈퍼마켓 10곳과 계약을 맺고，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공급 업무에 들어갔다. 상품 주문과 구매는 이마트몰 안에 개설된 '법인몰'(wmall.emart.co.kr)을 통해 이뤄진다.

슈퍼마켓 사업자가 상품공급 계약시 받은 '아이디(ID)'로 법인몰에 들어가 주문하면 이마트는 자체 배송망을 통해 해당 점포에 상품을 가져다준다. 상품 대금은 월간 단위로 매월 말 정산한다. 슈퍼마켓 사업자는 판매가격 책정이나 상품 진열 등 점포 운영과 관련해 이마트로부터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는다. 다만 상품 대금결제를 보증하기 위해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마진 없이 배송비 등 운영비만 붙여 기존 대리점 등을 통해 받는 공급가보다 5~10% 싸게 공급한다"며 "시범 운영을 통해 시스템을 보완하고 사업성을 검증한 후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 5월 말 중소기업청 등과 협약을 맺고 중소상인 단체를 통해 동네 슈퍼에 물건을 대주기로 한 '상생협력 사업'의 추진 속도도 높이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유통센터와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체인사업협동조합 등과 공급 상품 선정과 주문 · 결제 시스템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조만간 두 단체에 가입한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생 사업은 중소상인 단체 소속의 3000여개 회원 슈퍼,직배송 사업은 비회원 슈퍼들이 대상이어서 서로 겹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품공급업의 한 모델로 추진해온 VC 방식의 가맹사업은 백지화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말 상품공급 점포에 '에브리데이 365'란 브랜드를 사용하게 하고 보증금과 회비를 받는 가맹사업과 관련된 정보공개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했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점포'라고 간판에 표시하기를 원하는 동네슈퍼를 감안해 등록했던 것인데 마치 새로운 형태의 SSM 가맹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오해를 샀다"며 "정보공개서 등록취소 신청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SSM 가맹사업을 추진하거나 동네 슈퍼들이 있는 지역에 SSM을 출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마트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동네슈퍼 대상 도매업에 진출함에 따라 기존 총판과 대리점 체제 중심의 상품공급 시장에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그동안 동네 슈퍼를 대상으로 영업해온 중소 도매상들은 이마트의 '상생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