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이 수익률을 높이려고 펀드에 들어있는 주식 시세를 부당하게 조작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국민연금 등 기관들이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이 펀드의 주식은 비싸게 사들이고 다른 펀드에 편입된 주식은 싸게 팔아 교환하는 불법 자전거래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투자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펀드매니저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이런 지경이라니 기가 막힌다.

펀드매니저들의 시세 조작은 가장 기본이 되는 금융규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금융범죄와 다를 게 없다. 그들을 믿고 운용수수료까지 주면서 자금을 맡긴 투자자들에게 고의로 손실을 끼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펀드매니저들이 부당거래를 해도 일반투자자들로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주식을 매매해 펀드에 손실을 끼쳤는지를 가려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올 들어 6월까지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 모두 10조4262억원이 빠져나갔다. 주가가 오름세를 타자 투자자들이 당초의 투자원금을 회복하는 대로 자금을 인출한 결과다. 외국계를 포함, 72개에 달하는 자산운용사나 펀드매니저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자금유치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연간 수조원의 자금을 맡기는 국민연금 사학연금공단 등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얻기 위해 수익률을 단 0.1%포인트라도 올리려고 사활을 거는 형편이다. 언제라도 기관 자금의 수익률 띄우기를 위한 시세조작이 이뤄질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금융감독당국은 펀드매니저들의 부당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시세조작이 적발된 펀드매니저는 통상적 징계를 넘어 위반수위에 따라 자격정지 또는 퇴출시키는 등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펀드매니저에 대한 감독 및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울러 펀드매니저 평가기간을 3년 정도로 길게 잡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들은 수익률 과당경쟁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