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유 뷰티밸런스바 71.4%,누가바 · 메가톤바 · 돼지바 42.9%,꼬깔콘 20% 인상….'

1일 '오픈 프라이스'(판매가격 표시) 제도 확대 시행을 앞두고 식품업체들이 과자 아이스크림 빙과류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을 최고 70% 이상 올리면서 '동네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오픈 프라이스는 권장(희망)소비자가격을 없애고 유통업체가 직접 판매가격을 매겨 팔도록 한 제도다. 새 제도 시행으로 가격 결정권이 유통업체로 넘어가면 납품단가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 빙과 및 제과업체들이 서둘러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대형마트들은 아직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았지만,동네슈퍼 · 편의점 등 경쟁이 심하지 않은 상권에서는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그대로 반영해 소비자 부담을 늘리고 있다. 실제 편의점에서 팔리는 해태제과의 누가바와 바밤바는 최근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랐다. 롯데제과의 메가톤바와 옥동자,롯데삼강의 돼지바와 찰떡바 등의 가격도 각각 700원에서 1000원으로 뛰었다.

과자의 경우에도 오리온의 '닥터유 고단백 영양바'는 '닥터유 과일 담은 뷰티밸런스바'로 이름이 바뀌면서 7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됐다. 롯데제과의 꼬깔콘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랐다.

식품업체들은 콜라 사이다 등 음료와 조미료 간장 고추장 등 오픈 프라이스와 관계 없는 제품까지 줄줄이 인상했다. 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이른바 'MB물가 관리 품목'에 포함된 라면 값만 오르지 않았을 정도다.

이처럼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동네상권 내 가공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으면서 대형마트 대신 동네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주로 물건을 사는 1~2인 가구의 생활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체 간 경쟁을 유도,가격을 안정시키려던 당초 정부의 취지와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을 개정하면서 오픈 프라이스 대상 품목에 라면 과자 빙과류 아이스크림 등 4개 가공식품을 포함,총 247개 제품을 추가했다. 지경부는 다만 가격이 새겨진 기존 포장용지의 재고 소진을 감안해 시행 시기를 올 7월1일로 유예시켰다.

권장소비자가격이 사라지면 가격 결정권을 둘러싸고 식품 · 유통업계 간 파워게임이 본격화하는 등 식품 및 유통업계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