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시행한 가전품의 경우
(1)유통업체 '가격 결정권' 세진다
오픈프라이스가 적용되면서 제조업체가 힘을 잃고,유통업체가 득세한 대표적인 사례가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이다.

1998년까지 국내 가전 매출의 90%는 제조업체의 대리점망을 통해 발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제품별로 권장 소비자가격을 설정했고,수천여개의 대리점에선 이를 기준으로 삼아 20~30%가량 할인해주며 제품을 판매했다. 전국적으로 가전제품 가격은 사실상 같았다.

그러나 1999년 TV와 VCR,유선전화기,오디오,세탁기 등 주요 5개 가전제품에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적용되면서 시장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전자제품 양판점과 이마트 롯데마트 등 할인점들은 대량구매와 낮은 마진율 적용 등을 통해 대리점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팔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이는 숫자로 확인된다. 대표적 전자제품 양판점인 하이마트의 경우 매출이 1999년 6859억원에서 2000년 1조1191억원으로 63.1%나 급증했다. 제품을 대리점보다 싼값에 판 데다 여러 브랜드 제품을 비교해 살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 전략이 먹혀든 것이다.

그 사이에 고객들이 대거 이탈한 제조업체의 대리점망은 급격히 무너졌다. 가전회사들은 수백억원을 들여 디지털플라자,베스트숍 등의 직영점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양판점 등을 상대로 납품가 인상,납품 거부 등을 시도했다. 그러나 양판점 등은 취급 비중을 줄이고 수입브랜드 판매를 늘리는 방법 등으로 대응해 결국 가격 결정권을 장악했다.

현재 국내 가전시장은 제조업체의 직영점 · 대리점이 절반,그리고 양판점과 할인점 등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오픈프라이스 정책은 하이마트가 성공한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며 "일본에서도 1960년대 오픈프라이스가 도입되면서 가전시장이 양판점 체제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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