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는 최근 한국어 모바일 음성검색 서비스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우리는 지금 두 개의 혁명을 동시에 겪고 있다. 인터넷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모바일이 등장해 세상을 흔들고 있다. 이런 혁명이 우리한테는 조금 늦게 닥쳤다. 뒤처져 있다 보니 몰랐다. 지금은 달라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 간추리자면 이런 얘기다.

이 대표가 말한 두 혁명은 '인터넷 혁명'과 '모바일 혁명'이다. 따지고 보면 인터넷 혁명 하나만으로도 18세기 산업혁명을 능가하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물론 "인터넷을 지금도 혁명이라고 말하느냐","혁명이 아니라 일상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혁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은 '소셜 혁명'으로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다.

소셜 혁명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초래한 변화를 말한다.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혁명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페이스북 가입자는 5억명에 근접했고 트위터 이용자는 1억명을 넘어섰다. 설립된 지 각각 6년과 4년밖에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트위터는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이 올린 글을 실시간으로 읽고,자신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글을 보낼 수 있는 수단이다. 페이스북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지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뉴스도 읽고 게임도 즐기는 좀더 광범위한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서비스 모두 가입자가 100만명을 밑돌지만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대항하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모바일 혁명은 스마트폰 혁명이다.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맘대로 쓸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11월 아이폰이 들어온 뒤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가령 모바일에 소셜이 결합되면서 온라인 친구가 오프라인 사촌보다 가깝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남자와 여자만큼이나 달라졌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을 자처했지만 소셜 혁명과 모바일 혁명에서는 뒤처졌다. 아이폰의 경우 나온 지 2년4개월이 지나서야 도입했다. 그만큼 변화에 둔감했고,지금은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다. 걸핏하면 '세계 최초'라고 주장했던 기업들이 앞뒤 안 가리고 베껴댄다. 아직도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다. 이런 인프라를 가지고 그동안 무얼 했기에 뒤처졌을까. 반성부터 해야 한다.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혁명을 주도해야 할 사람들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게 문제다. 조직의 장(長)이 변화를 거부한다든지,정부와 국회가 낡은 법제를 바꿔주지 않는다면 길이 없다. 소셜 혁명과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면 여기에 맞춰 낡은 법제를 바꾸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줘야 한다. 현장의 볼멘소리를 외면하거나 법제 개정안을 깔아뭉개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3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본사를 방문했다. 러시아 대통령 측은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KremlinRussia_E)에 올렸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말하는 '인증샷'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직원 수 200명 남짓에 불과한 신생 기업을 찾은 이유는 뭘까. 지나는 길에 들렀을 수도 있다. 아무튼 어느 조직이든 최고책임자가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변화가 쉬워지지 않을까.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