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쟁력위원회(GCC)와 한국산업정책연구원(IPS)이 22일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발표한 '세계 국가경쟁력 평가 2010'에서 1위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앞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의 2010년 국가경쟁력 조사에서도 각각 1위로 꼽혔다. 각기 다른 기준을 사용한 3개 기관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모두 1등을 차지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셈이다.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싱가포르 '국가 경쟁력 1위'는 공무원이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세계은행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나라'1위였고,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트레이드리포트(2009년)에서도 국제 무역과 투자 개방성이 가장 뛰어난 나라로 선정됐다. 싱가포르가 이 같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인은 뭘까.

니오 분시옹 싱가포르 아시아경쟁력연구소장(사진)은 이날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인재에 적극 투자하고 공공부문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니오 소장이 이끄는 아시아경쟁력연구소는 싱가포르국립대(NUS) 리콴유 공공정책스쿨의 핵심 조직이다.

◆"국영기업에도 시장원리 적용"

싱가포르는 나라 규모가 작다. 지하자원도 없다.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고 주변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큰 국가들이 버티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런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냈다. 니오 소장은 "1959년 영국에서 독립할 당시 국민들 사이에 '생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컸다"고 말했다. 소규모 국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1960년대부터 적극적인 개방경제를 택하고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 태평양지역 본부와 생산공장을 대거 유치했다. 니오 소장은 "당시에는 이런 방침이 '비정상적'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글로벌 경제에 빠르게 편입돼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늘어났고 싱가포르만의 역동적인 사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싱가포르 '국가 경쟁력 1위'는 공무원이 만들었다"
그는 개방경제를 택한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싱가포르가 1등이 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뛰어난 공공서비스 경쟁력'을 첫손에 꼽았다. "규제는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모든 공무원이 '투자 전도사'가 돼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싱가포르 항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전 하나 없이도 세계적인 정유산업을 일군 것은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소개했다.

싱가포르 국영기업들은 정부 보호를 받지 않고 국내 시장보다 국외 시장을 겨냥, 철저하게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그는 "싱가포르 공무원들에게도 시장 원리를 적용하다보니 월급이 다른 나라에 비교해 훨씬 높다"며 "공공부문 리더가 민간부문 리더보다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늘 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싱가포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니오 소장은 "싱가포르가 가진 것은 사람뿐"이라며 "모든 국민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통해 개인의 잠재성을 극대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밖에 △신뢰도 높은 정치체제 △견고한 재정 △안정적인 환율 등을 국가경쟁력의 요건으로 꼽았다.

◆"상황 맞춰 유연한 정책 구사해야"

니오 소장은 "싱가포르의 국가경쟁력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그것은 외부의 도전에 대응해 몸부림친 결과"라고 요약했다. 그는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게 정책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후 정부에 경제전략위원회를 신설한 것을 한 예로 들었다. 그는 "경제전략위원회는 지난 1월 인도시장을 겨냥하는 기업들에 싱가포르를 베이스로 삼도록 홍보하고 토지 이용의 생산성을 높이는 내용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며 "이는 싱가포르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은/심은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