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좌초위기에 놓인 '서울 양재동 프로젝트(양재동 복합유통센터 개발사업)'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대출금 1880억원을 떼일 염려도 염려지만,고객 1500여명에게 부동산신탁(특정금전신탁)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끌어들인 1900억원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고객들은 원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은 원금보전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우리은행으로선 불완전판매로 인해 고객에게 손실을 물어주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고까지 받았던 '우리파워인컴펀드' 사태의 악몽이 떠올려질 수밖에 없다.

◆고객 1500명 피해

우리은행은 8900억원 규모인 양재동 프로젝트의 금융주간사를 맡았다. 우리은행 농협 교원공제회 등 대주단이 5000억원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대출했다. 나머지 3900억원은 하나UBS자산운용이 부동산 펀드로 조달했다. 부동산 펀드 중 우리은행은 1900억원어치를 특정금전신탁으로 고객들에게 판매했다.

특정금전신탁 투자자들은 이미 두 차례 만기연장에 동의했다. 세 번째 만기는 8월12일 돌아온다. 이번에는 만기 연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공사인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모두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투자자금 회수가 당초 만기일보다 1년6개월이나 지연됐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자금을 제때 찾을 수 없다"며 크게 반발했었다.

투자자들이 원금을 얼마만큼 회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펀드 설정 당시보다 담보가치는 원금의 86%까지 떨어졌다. 우리은행은 만기가 연장되지 못할 경우 공매 절차를 진행하면 투자자들이 원금의 65~70%밖에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1500명 정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판매 당시 영업점에서 물량이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 있었던 상품이라 파장이 클 것"이라며 "우리파워인컴 사태처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재동 프로젝트 PF,8월 만기

양재동 프로젝트는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용지를 복합유통센터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지리적 위치가 좋아 유통 물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른 곳이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양재동 프로젝트 부동산PF는 작년 2월 만기가 도래한 이후 이미 두 차례나 만기를 연장했다. 건설 인허가와 부지 매입이 늦어지면서 만기를 연장해야 했다. 올해 시공사를 맡았던 대우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모두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불투명해졌다.

우리은행은 시공사를 교체하고 부동산 PF를 다시 모집하는 리파이낸싱을 추진할 계획이다. 새로운 시공사로 5대 건설업체를 염두에 두고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 성과가 없는 상태다.

◆4조원 넘는 부동산 PF도 부당 취급

우리은행은 2002년 6월부터 2008년 6월까지 49건,4조2335억원의 부동산 PF에 대해 은행 내규인 여신업무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이면계약을 통해 지급보증을 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업무 지침상 지급 보증을 서려면 여신협의회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리은행은 신탁사업단장의 전결로 기한이익 상실 등이 발생하면 대출채권을 사주겠다는 약정을 체결했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이런 사실은 작년 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종합검사에서 적발됐다. 우리은행은 작년 6월 말 현재 1947억원을 손실로 처리하고 2000억원 정도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4조2000억원의 부당 지급보증액 중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1조원가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당시 부당 지급보증 건과 별도로 신탁사업본부의 일부 팀장들이 자금을 관리하면서 배임을 한 사실을 적발해 우리은행이 검찰에 고발하도록 조치했다.

정재형/강동균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