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자영업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해 지난달부터 '자영업 멘토링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선정한 15개 자영업소를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컨설팅을 실시해 성공점포로 바꾸는 프로젝트입니다. 한경자영업지원단의 컨설턴트들이 현장에서 진행한 컨설팅 내용은 매주 월요일자 지면을 통해 소개됩니다.

Q경기도 일산에서'조은청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세환(31)입니다. 점포는 호수공원 인근 쇼핑타운인 '라페스타' 내 삼성라끄빌 1층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연중 휴일 없이 24시간 영업하고 있으며,배달 주문도 받고 있습니다. 올 2월 문을 연 뒤 4개월이 지났지만 매출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20대 초반부터 서울 지역의 여러 청과물 매장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내 가게'를 하고 싶었지만,자금이 부족해 꿈만 꾸다 올해 초 창업기회가 왔습니다. 지금 매장의 주인인 편의점 사장께서 점포 옆 빈 공간을 활용해 청과물상을 해보라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청과물 가게는 상품 선별과 재고 관리가 중요해 경험이 없으면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10년 이상 관련 업계에서 종사한 노하우가 있어 맛있는 과일과 야채를 선별하고 싱싱한 상품을 고르는 일은 누구보다도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개점 당시 고객들에게 '불량 과일 100% 리콜제'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보니 과거 장사를 했던 지역과 상권이 달라 타깃 고객층 설정과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요즘 하루 매출은 30만~40만원 선으로 지난 4월에는 1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물품 원가에다 월세와 관리비,인건비 등을 빼면 순익이 100만원 정도밖에 안 됩니다.

청과물 가게는 특성상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운영자금이 부족해 정부의 정책자금도 지원받고 싶습니다. 이른 시일 내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점포를 만들고 싶습니다.

A 의뢰인은 20대 초반부터 서울 강남 일대에서 노점과 청과물 가게의 직원을 거쳐 풍부한 장사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업을 하고 싶었지만 임차비 등 점포 개설비용이 부족해 망설이다 4개월 전 일산 호수공원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의 제안으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점포 한 칸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 5000만원,월세 60만원의 좋은 조건에 임차했습니다. 편의점 앞쪽 공간도 사용할 수 있는 매장입니다.

편의점 점주는 청과물 가게가 입점하면 상품 전체가 저렴하다는 인식을 줘 고객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복합 매장을 꾸미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편의점과 청과물은 '윈-윈'이 가능한 업종입니다. 하지만 의뢰인은 서울 강남지역에서만 오랫동안 장사를 해 와 일산 상권을 몰라 고전 중입니다.

경기도 일산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중산층 거주지입니다. 서울로 출 · 퇴근하는 샐러리맨 세대도 많습니다. 조은청과의 1차 상권인 반경 500m 내에는 주거와 업무 공간이 섞여 있습니다. 삼성라끄빌 등 6~7개 오피스텔 단지의 4000여세대가 주요 소비층입니다. 소득수준이 안정된 30~40대가 많아 이들을 공략해야 합니다. 점포 건너편에 있는 호수공원을 찾는 주민들도 잠재 고객입니다.

상권 규모에 비해 아직까지 경쟁 업소가 많지는 않습니다. 점포 인근 한라밀라트에 입점한 '무지개청과'와 메종오피스텔의 '세배로마트'가 직접적인 경쟁점입니다. 해당 상권 안에 5개의 편의점이 있지만 경쟁 상대는 아닙니다. 조은청과가 이른 시일 내 지역상권에 뿌리를 내리려면 경쟁점의 장 · 단점을 파악한 뒤 소비시장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한경 컨설턴트들은 내추럴한 이미지가 있지만 쉽게 부패하는 양면성을 가진 청과물의 특성을 고려해 장 · 단기 경영 개선 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첫째,소득수준이 안정된 30~40대 계층을 겨냥해 판매 상품의 신뢰도를 높여 고정고객을 늘려나갈 것입니다. 청과물 가게의 핵심 경쟁력인 상품 신선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재고관리에 힘을 쏟겠습니다. 소비자들이 구매한 상품 중 하자가 있을 경우 '100% 리콜제'는 꾸준히 실시할 것을 권합니다. 구매 고객에게 좋은 과일을 선별하는 요령을 직접 설명하면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둘째,호수공원을 찾는 가족 고객과 오피스텔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새 메뉴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당장 이달 하순부터 매일 아침 만든 신선한 '과일 도시락'을 편의점을 통해 판매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과일 도시락은 제철 과일들로 구성하고,편의점의 샌드위치 등을 활용한 세트 메뉴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셋째,점포 전면의 빈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매출을 늘려야 합니다.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잠시 와서 쉬면서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파라솔을 설치하고,주민들을 대상으로 판촉 행사를 펼치면 효과가 있습니다.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는 매장 앞 판매대도 깔끔하게 새 단장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점포의 쾌적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의 유니폼 착용을 권합니다.

지난달 초 시작된 한경의 컨설팅은 이미 1차적으로 적용돼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당일 조달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리콜제'도 점포의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서 하루 매출은 이달 들어 50만원 선까지 늘어났습니다.

앞으로 한경 컨설턴트들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컨설팅이 진행되면 오는 10월 말께 하루 매출은 100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편의점과 청과점의 복합매장 효과도 입증돼 관련 업계에 새로운 점포 스타일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점포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프랜차이즈 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정리=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담당컨설턴트=박균우 두레비지니스 대표 · 이민휘 남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