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롯데'에 투자하라…신동빈 부회장이 나섰다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그룹의 해외 행사에 잇따라 참석하는 등 글로벌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 부회장은 4년여 만에 롯데쇼핑 등 주력 계열사의 현황과 그룹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오는 17일 영국 런던에서 노무라증권 런던지점 주최로 열리는 롯데그룹 기업설명회(IR) 행사에서다. 신 부회장이 해외 IR에 직접 나서는 것은 2006년 3월 롯데쇼핑이 서울과 런던에 동시 상장하기 직전 열린 IR 이후 처음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이날 유럽 출장길에 올라 1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호텔롯데 모스크바 세미 오픈식'을 주관한 후 영국 런던으로 떠나 17일 롯데그룹 IR에 참석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여명의 유럽 현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그룹 현황과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 KP케미칼 등 상장사들의 사업실적을 직접 브리핑하고 참석자들과 질의 응답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신 부회장은 '글로벌 신'이라고 불릴 만큼 1년 중 100일 이상을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에서 보내며 롯데의 글로벌 사업을 점검하고 진두지휘해 왔지만,국내는 물론 해외 IR에 참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개별 기업이 아닌 그룹 차원의 설명회인 데다 롯데 계열 KP케미칼이 올해 초 영국 아테니우스사의 화학설비 인수를 계기로 유럽 투자자들에게 그룹 현황을 알릴 필요가 있어 런던 금융시장을 잘 아는 신 부회장이 나서기로 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그는 롯데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전인 1982~1988년 일본의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런던지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런던 행사는 최근 2~3년간 롯데의 공격적인 외형 확대 및 적극적인 글로벌 경영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지난달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2008년 이후 인수 · 합병(M&A)에 4조원 넘게 쏟아부으며 사세를 확장해왔다. 또 잠실 제2롯데월드와 부산 광복 롯데타운,러시아 모스크바와 중국 선양 롯데타운 등에 각각 조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국내외 업체에 대한 M&A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제시한 '2018년 아시아 톱10 글로벌 기업'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해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롯데그룹의 '글로벌 경영' 위주로 그룹 현황을 브리핑하고,향후 해외 채권발행 때 적극적인 투자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우선 KP케미칼이 아테니우스의 생산설비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롯데케미칼(UK)을 소개하고 이 회사를 롯데그룹 석유화학 부문의 유럽 공략 전초기지로 삼는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또 롯데마트가 인수한 중국 타임스와 인도네이사 마크로의 경영현황 등 롯데쇼핑의 해외 진출상황과 비전을 자세히 알릴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또 18일부터 1주일간 런던을 시작으로 프랑크푸르트,파리 등을 돌며 현지 투자자들을 상대로 'NDR'(Non-deal Roadshow) 방식의 기업설명회를 진행한다. 신 부회장은 롯데쇼핑 IR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구체적인 일정과 사안 등을 일일이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