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지역주의 심화시키는 소선거구제 바꿔야 ”

반 “복수 당선자 나와 책임의식 희박해질 것”

며칠 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사회통합위원회가 사회갈등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선을 비롯한 지방선거 및 교육감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또다시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통합위원회가 선거제도 개편을 들고 나온 것은 한 개의 선거구에서 한 명만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도가 지역주의 내지는 지역정치를 더욱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사실 우리 정치문화에서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부분이 지역감정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 6 · 2 지방선거에서도 지방색은 여실히 드러났다.

이런 지역주의가 정치발전은 물론 사회통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면 사회통합위원회의 건의가 아니더라도 선거제도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지역적으로 밀집된 지지를 가진 정당에만 유리해 지역주의 정치구조화를 뒷받침하고 다른 당을 지지한 표는 사표화돼 국민 표심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대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선거구제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중대선거구제 역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선거제도 자체도 문제지만 공천제도를 비롯한 우리 정치문화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소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개편 찬성 측, "소선거구제가 지역주의 심화시켜"

어떤 선거제도든 장단점이 동시에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정치 풍토에서는 소선거구제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대 득표를 한 한 사람만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소위 승자독식의 원칙이 적용되는 소선거구제도는 특정 지역은 특정 정당 후보가 늘 승리하는 형태가 되기 쉬워 선거 때마다 지역 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지역주의를 심화시킨다는 얘기다.

특히 51% 대 49%처럼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면 낙선된 후보를 지지한 수 많은 유권자의 민의는 완전히 배제되는 문제점은 소선거구제가 갖는 가장 큰 단점이다.

선거구를 넘어 나라 전체로 볼 경우 특정 정당의 총 득표율과 실제 의석 점유율에서 커다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소선거구가 민의를 충실히 대변하지 못한다고 비난받는 이유 중 하나다.

공천을 둘러싼 각종 잡음이 발생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소선거구제를 택했을 때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소선거구제 반대론자들이 종종 내세우는 근거다.

실제 선거철만 되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데 중대형 선거구를 채택할 경우 이런 경향은 확실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천을 얻어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도 소선거구의 대표적 병폐로 꼽힌다.

⊙ 개편 반대 측, "당선자의 책임 의식 희박해진다"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 당선자를 내는 중선거구제를 택할 경우 우선 과다한 선거비용이 든다는 점이 종종 지적된다.

또 중대선거구를 시행하면 소지역내에서 다시 갈등이 발생할 소지도 있는데다 소선거구제에 비해 사표를 방지하고 인물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는 장점이 있으나 군소 정당이 난립할 우려가 크다는 점 또한 개편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기술적인 문제로는 재 · 보선을 시행하는 데 곤란한 점이 많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반대론자들은 또 기초의원 선거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중선거구제도를 실시하더라도 유력 정당 몇 개로부터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측면에서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소선거구제를 실시할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꼽기도 한다.

오히려 한 명의 당선자만 내는 소선거구에서는 당선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어쨌든 책임있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으나 중선거구제도를 실시하면 복수의 당선자가 결정되는 관계로 상대적으로 당선자의 책임 의식이 희박해지고 유권자보다는 정당 공천에 목을 맬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후보자가 너무 많아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준다는 것도 중선거구제의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선거구제가 적용된 기초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 중에 기초의원 후보를 정확하게 알고 투표한 사람은 극소수에 달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 정치 풍토 변화가 가장 시급해

사실 모든 선거구제도는 각자의 장 · 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말하기 곤란하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비례대표제도가 도입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소선거구나 중선거구가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잘 알려진대로다.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정치 풍토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지금처럼 유권자보다는 공천을 따내기 위해 계파에 목을 매고 선거운동 기간에만 유권자를 반짝 찾아가는 정치행태가 계속된다면 어떤 선거구제도를 택한다 하더라도 정치발전은 요원하고 지역갈등도 해소하기 어렵다.

유권자들의 몫도 적지 않다. 지역감정에 움직일 것이 아니라 메니페스토 관련 자료를 꼼꼼히 챙겨 지역과 나라를 위해 어느 후보자가 최선인지를 엄중하게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메니페스토

후보자의 정책을 계량화 수치화해서 후보자를 평가하는 일.

메니페스토 운동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공약을 계량화해 유권자가 투표할 때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1834년 영국의 로보트 팔 보수당 당수가 처음 도입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5 · 31 지방선거에서 처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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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6월8일자 보도기사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는 8일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인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사통위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전체회의에서 "지역주의 정치구조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면서 "현행 선거제도가 지역주의 정치 갈등과 지역별 일당독점체제 강화의 주요 원인으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사통위는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해 "지역적으로 밀집된 지지를 가진 정당에만 유리해 지역주의 정치구조화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다른 당을 지지한 표가 사표화돼 국민 표심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사통위는 중대선거구제와 소선거구제의 장단점,정당투표와 인물투표의 비율 및 의원정수,유권자 투표횟수와 투표 종류 등에 대한 검토를 한국정당학회 및 선거 전문가들과 진행 중이며,올해 하반기에 결론을 도출해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또 이번 6 · 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특히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제의 폐해와 개선 방안, 교육감 및 교육의원 선거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집중 검토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