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中企에 있다] (2) 큰 회사서 '부품' 되느니 부품회사 들어가 큰 회사 만들어라
4년 전 중국 선전에 위치한 중국 대형 가전업체 오포(OPPO)의 정문 앞에 두 명의 한국 젊은이가 3일째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부품을 팔기 위해 이 회사를 찾았다가 경비들이 쫓아내자 '구매 담당자를 만나게 해 달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것이다. 패기에 감탄한 오포 구매담당자는 결국 이 젊은이들을 불러들였다. 오포의 최대 카메라 모듈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한 엠씨넥스의 얘기다. 그리고 이 젊은이들은 엠씨넥스의 민동욱 사장과 영업팀장이었다.

엠씨넥스는 어느새 매출 1000억원대의 중견 부품업체로 자리잡았지만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32세에 불과하다. 올해 39세인 민 사장이 이 회사를 창업한 것은 2004년.휴대폰을 제조하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회사를 차렸다. 카메라 모듈이 휴대폰에서 확대돼 자동차 전후방 카메라 등에 적용되면서 이 회사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복지 수준,대기업 부럽지 않다

엠씨넥스는 지금도 서울디지털공단 내에서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중소기업의 하나로 꼽힌다. 대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젊은 열정이 회사 곳곳에서 뿜어나오고 있다. 민 사장은 "아직 주변 기업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패기와 창의력,그리고 스피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으로 자부한다"고 말했다. 직원들도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일반 평직원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직접 맡아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젊은 기업문화도 이 회사의 장점이다. 사장과 직원들이 격의 없이 어울려 지내다 보니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호형호제하기도 한다. 복지 수준도 대기업 못지 않다. 대학까지 자녀 교육비 전액이 지원되고 부장 이상이면 1년에 한 번 부부 동반 해외여행을 보내준다. 연봉이 웬만한 대기업 수준이고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국내 중소기업 중에는 엠씨넥스처럼 기업 문화나 복지 면에서 대기업의 부러움을 사는 곳이 많다. 남동공단에 위치한 계면 활성제 전문기업 오성화학공업은 전 직원 수가 35명에 불과하지만 섬유유연제의 원료인 양이온 계면활성제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한다. 임금이나 복지 부문에서도 경쟁 대기업보다 나은 대우를 제공한다. 연봉제로 돼 있어 직원 개인별로 다르지만 대졸 평균 초임이 3000만원 안팎에 달하고 그 외에 교육비와 문화비,교육지원비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과감한 인재 투자…강소기업 발돋음

코스닥 상장사인 우주일렉트로닉스와 서울반도체,코아로직 등도 정보기술(IT) 분야의 소문난 강소 기업답게 높은 복지 수준을 자랑한다.

이들 모두 초임 연봉이 대기업 수준인데다 탄탄한 교육 프로그램 때문에 직원 이직률이 동종 업체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서울반도체는 특히 다양한 장학금 제도와 동호회 지원 제도가 인기다. 동호회에는 연간 120만~200만원씩 지급된다. 인재에 대한 이들 기업의 투자는 고스란히 기업의 성과로 이어진다.

디지털산업단지에 위치한 에듀윌은 높은 임금 수준 외에 두둑한 포상금과 해외연수 제도로 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매년 연말 우수사원을 선발해 대상에 1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다. 회의실에는 닌텐도 게임기와 안마기 등이 구비돼 있고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는 전원 스마트폰을 지급해 사용액 대부분을 지원한다. 이런 중소기업은 조금만 찾아보면 많다. 중기에 대한 편견을 깨는 기업들이다.

고경봉/남윤선/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