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이주진 원장 "D-1 벅찬 기대감"

"모든 연구원이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발사의 최고사령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주진 원장은 나로호 2차 발사를 하루 앞둔 8일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남다른 감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8월25일 1차 발사 이후의 준비 기간을 '10년보다 더 긴 10개월'이었다고 표현하며 2차 준비에 최선을 노력을 기울였음을 강조했다.

특히 이 원장은 "나로호 2차 발사가 1차 발사와 거의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우리가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준다"며 "2차 발사 때도 기술적으로 변하는 부분은 없고 페어링 등에 대한 보완 작업을 충분히 해왔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어 "1차 발사의 실패는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며 "특히 실패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이 오히려 따뜻하게 감싸주고 격려해준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이번 2차 발사가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요지.

--지난해 나로호 1차 발사의 의미는.
▲독자기술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과 경험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땅에 우리 손으로 발사장을 지었고, 발사체 설계에서부터 발사운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경험했다.

사업관리, 운영과정, 기술분석, 러시아와의 상호 토론과정 등을 통해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되고 실질적인 경험을 획득했다.

따라서 나로호 1차 발사는 발사체 기술을 비롯한 우주기술 자립 및 우주강국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투자라고 평가된다.

--1차 발사 이후 어떤 준비를 했나.

▲10년보다 더 긴 10개월이었다.

2차 발사를 준비하면서 로켓 상단과 페어링 분리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1차 발사 이후 페어링 전체 시스템 시험을 24회나 실시했고, 작은 부품 시험을 한 것까지 합치면 총 400회가 넘는 시험을 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게 만들기 위해서다.

페어링이 잘 분리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고 분리 화약을 터뜨리는 신호도 잘 전달되도록 전기적 부분을 보완했다.

--2차 발사 성공확률은 어떻게 보나.

▲여기에 대해 정확히 답을 내릴 사람은 없다.

우주기술은 100% 완벽함을 추구하는 기술이며 한 치의 오차만 있어도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주기술의 이런 특성 때문에 지금 우리가 우주강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들도 수많은 실패의 과정을 거쳐왔다.

기술적 결함 외에도 발사 당일의 기상 변화와 사람의 실수 등 실패 요인은 수없이 많다.

이 때문에 로켓 발사에 처음부터 성공할 확률은 27.3%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로호의 1차 발사에 비춰보면 우리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다.

당시 위성을 둘러싸고 있던 덮개(페어링)가 분리되는 문제를 빼면 나머지는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발사 당시 나로호에 부착됐던 영상이 보여준 장면도 이를 증명한다.

무엇보다 단번에 성공했으면 결코 배우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번 2차 발사에서 남다른 각오를 다지게 된다.

--나로호 1단을 러시아에서 들여와 두번 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늦게 우주개발을 시작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세계 6∼7위권의 위성기술 수준을 확보하게 됐고, 우리 힘으로 우주센터를 건설했으며, 우리 발사체로 위성을 쏘아 올리게 됐다.

만일 1990년대 초반 우주선진국들이 달에 가고 그보다 더 먼 행성으로 향할 때, 늦었다고 주저앉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다른 나라로부터 위성을 수입해야 하는 나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아무도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포기했다면 나로호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땅에서 우리의 손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가슴 벅찬 순간을 경험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간의 사업 성과를 요약하면.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발사체 체계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위성 발사체 개발 과정의 한 사이클인 설계, 제작, 시험, 조립, 발사운영, 발사 등을 러시아와 공동 수행함으로써 선개발국의 운영 체계와 경험을 체득할 수 있었다.

특히 과학로켓 개발을 통해 축적한 국내 발사체 기술을 바탕으로 나로호 상단(2단 + 노즈페어링)을 국내 자력으로 개발한 데 성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추진제탱크 선행연구, 30톤급 액체엔진 선행연구, 75톤급 액체엔진 선행연구 등 발사체 기술자립을 위한 선행연구를 수행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섭 기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