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지난 몇 세대 동안 '주택 소유(homeownership)'를 타고난 권리(birthright)이자 반드시 해야 하는 일(necessity)로 여겼다. 지금도 '내집을 갖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주택 소유는 고소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집을 갖기 위해 사람들은 더 부지런히 생활하고,열심히 일하며 생산적이 된다. 또 집이 있으면 보다 안정적인 가정과 지역사회를 꾸리고 한 단계 높은 행복과 웰빙(well-being)생활을 누릴 수 있다.

'주택 소유'는 의심할 여지없이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져 온 미국의 '황금 시기'에 상당히 기여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를 부추겼고,이 때문에 공장의 생산라인이 활발히 돌아갔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더 이상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제조업이 경제의 근간이었을 때는 근로자들이 한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지역사회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아이디어'가 주도하는 경제에서는 보다 쉽게 자리를 옮길 수 있는 인력들이 필요하다. 또 이런 인력들은 출신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주택 소유는 실제로 장기적인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유연성이라는 관점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동료들과 함께 미국 주요 도시와 지역의 주택 소유 정도를 조사했다. 그리고 주택 소유 비율과 그 밖의 다른 조사 가능한 인구통계학적,경제적 요인들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예상했던 대로 주택 소유 비율은 집값이 싼 곳에서 가장 높았다.

그런데 디트로이트와 세인트루이스,피츠버그 등 주택 소유 비율이 75%에 달할 정도로 높은 도시들은 평균적으로 경제활동 수준이 떨어지고 임금과 소득도 낮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안 팔리는 집 때문에 발목이 잡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반면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샌프란시스코,볼더처럼 주택 소유 비율이 55~60%로 낮은 도시들은 경제가 상대적으로 튼튼하고 소득 수준도 높았다. 이들 도시에는 보다 숙련된 일꾼과 전문직 근로자들이 거주했다. 또 하이테크 산업이 자리잡고 있었다. 여론조사 업체인 갤럽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행복 및 웰빙지수도 높았다.

이런 도시에는 젊은 층의 비중이 높고 단기 체류자들이 많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택을 구매하기보다 임대하는 것을 선호한다. 전반적인 지역의 소득 수준이 높다 보니 집값이 오르고,이 때문에 젊은 층이 주택을 구매하기 힘들어진 탓도 있다. 그렇지만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얽매인 거주자들이 적다 보니 경제 쇼크나 침체가 찾아왔을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회복력도 강하다.

근로자들은 필요할 때 낮은 소득에 적응해 생활 패턴을 바꾸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다. 또한 주거 여건과 시설이 좋고 가격이 적당한 임대주택이 넉넉하다면 경제가 회복됐을 때 그 지역으로 새로운 인력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

미국의 주택 소유 비율은 이미 낮아지기 시작했다. 주택시장 거품기에 거의 70%까지 치솟았던 주택 소유 비율은 대략 67%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18~35세 가운데 주택 소유자의 비율은 2005년 43%에서 39%로 낮아졌다. 세계적 부동산 조사기관인 어번랜드 인스티튜트는 10~20년 뒤에는 주택 소유 비율이 62%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자는 미국인들이 주택 소유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안정된 일자리가 있고,집을 살 만한 경제적 능력이 되고,한 곳에 정착할 계획이라면 집을 사야 한다. 다만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2 수준인 주택 소유 비율을 경제적으로 가장 활기있는 지역에 필적할 만한 55~60%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경제 전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무엇보다 우선 주택시장을 지원하는 각종 조치들을 끝내야 한다. 막대한 주택구입 보조금은 폐지해야 하며,모기지 이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없애야 한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구입을 위한 연방정부의 보조금은 2300억달러에 달했다.

다음으로 중요한 조치는 임대주택 전환을 장려하는 것이다. 다가구주택(multifamily housing)은 황폐화한 미국 주택시장에서 그나마 수익성이 기대되는 몇 안 되는 '양지(陽地)'다. 수천채의 팔리지 않은 콘도와 차입 주택들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해야 한다.

'누구의 집'은 아주 오랫동안 경제적인 번영과 안정의 상징이었다. 이런 사고는 심리적이고 문화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축복받은 믿음을 재점검해야 할 경제적인 시점에 도달했다. 이를 위해서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에 대한 정의부터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정리=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