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을 말하다
혁신 비결은 신생기업 같은 조직…애플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협업
MS와 플랫폼 경쟁한 적 없어…구글은 우리와 경쟁 작정한 듯
"아이폰이 세상에 먼저 출시됐지만 사실은 아이패드 만들다 나온 것"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로 열린 D8 컨퍼런스에 참석해 생각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대기자인 월트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서가 묻고 잡스가 답했다.

월트의 첫 번째 질문은 최근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추월한 것에 대한 소감이었다. 잡스는 "별 것 아니다"는 말로 의미를 축소했다.

월트가 MS와의 플랫폼 싸움을 언급했다. "당신은 인생의 상당부분을 이 싸움에 보냈는데 당신이 졌고 이제 새 플랫폼에서 잘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잘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잡스는 "MS와 플랫폼 싸움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부인하면서 "우리는 단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구글에 대해서는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구글과의 관계가 확실히 달라지지 않았느냐"는 월트의 질문에 "구글이 모바일 분야에 뛰어들어 우리와 경쟁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우리는 검색에 뛰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한때 애플 이사회 멤버였지 않느냐"고 상기시키자 "그들은 우리와 경쟁하려고 작정했고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구글을 꼬집었다.

아이폰에서 구글 검색엔진을 뺄 생각이냐고 카라가 물었다. 잡스는 "노(No)"라고 부인하고 "애플은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할 뿐이고 어느 것이 좋은지는 시장이 결정한다"고 대답했다. "현재는 더 나은 제품"이라는 말로 구글 검색엔진을 계속 탑재할 것임을 시사했다.

잡스는 아이폰 개발 비화도 소개했다. 월트가 "아이폰을 개발할 때부터 이걸 기반으로 태블릿을 만들 생각을 했느냐"고 묻자 잡스는 "비밀을 알려주겠다"며 태블릿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나는 손가락으로 입력하는 멀티터치 디스플레이를 생각했다. 직원들한테 요청했더니 6개월 만에 멋진 디스플레이를 가져왔다. 이걸 유저인터페이스(UI) 대가인 직원한테 넘겼는데 스크롤링 등을 실현했다. 이걸 보고 휴대폰을 만들어도 되겠다고 생각해 태블릿 프로젝트를 제쳐두고 아이폰을 개발했다. "

아이패드가 신문출판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느냐고 카라가 물었다. 잡스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나라가 블로거들 손으로 넘어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뉴스는) 편집을 거쳐야 한다. 우리가 신문을 도울 방도는 유료화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꺼이 뉴스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 믿는다. "

아이패드로 콘텐츠를 생산하기가 불편하지 않느냐고 월트가 물었다. 월트는 아이패드가 콘텐츠 생산용 디바이스는 아니라는 얘기가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잡스는 "글쎄,왜 콘텐츠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할까"라고 반문한 뒤 "소프트웨어가 파워풀하지 않을 수 있는데 소프트웨어는 계속 향상될 것이고 디바이스도 계속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라가 잡스의 일과를 물었다. 잡스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멋진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 애플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협업하는 기업이다. 애플에 위원회가 몇개나 있는 줄 아느냐. 제로다. 우리 조직은 신생기업(스타트업) 같다. 세상에서 가장 큰 신생기업이다. 우리는 매주 한 번 다같이 모여 토론한다. 경영진은 대단한 팀워크를 발휘한다. 나는 여러 팀 사람들을 만나고 아이디어와 문제를 놓고 토론하며 새로운 제품을 만진다. "

월트가 "당신이 잘못하면 직원들이 지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잡스는 "물론이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채택돼야 한다. 누가 낸 아이디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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