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LED·바이오사업 등 ‘미래 먹거리’ 확보 반도체·LCD 경쟁력 강화… 부품社‘트리클 효과
[Focus] 삼성그룹 23조원투자… 엄청나네!
삼성그룹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삼성은 지난 11일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발광다이오드),바이오 · 제약,의료기기 등 5개 분야를 신수종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50조원의 매출과 4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키로 했다.

지난 17일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신라인 기공식에 참석해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11조원,LCD(액정표시장치) 5조원 등 시설투자와 연구개발투자 8조원을 포함한 총 26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예정됐던 투자규모(반도체 5조5000억원,LCD 3조원)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가장 많은 투자를 했던 2008년의 14조원에 비하면 두 배에 가까운 사상 최대다.

한국 대표기업 삼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삼성이 글로벌 선두기업의 지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다른 기업들이 기진맥진해진 상황이라서 미래를 위한 투자는 더욱 값진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삼성 같은 대기업의 막대한 투자로 인한 효과는 해당 기업에만 그치지 않고 관련 부품 · 장비업체 등을 통해 사회전반으로 확산된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를 가리켜 '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는 뜻의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 滴下) 효과라고 부른다.

트리클 다운 효과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재정지출로 경기를 부양한 정부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대기업이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방식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격적인 투자로 경쟁력 강화 · 미래 먹거리 확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현재의 세계적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반도체와 LCD에서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삼성은 공격적인 시설투자를 통해 주도권을 유지하고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10년 후의 진로로 선택한 환경과 건강(헬스케어) 부문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먼저 반도체를 보자.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지난 분기보다 0.6%포인트 오른 32.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의 증설 효과가 가시화되는 내년 이후엔 점유율이 40%대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경쟁자들을 확실히 따돌리고 반도체 절대강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는 삼성이 반도체 부문을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 사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이 태양전지 등 5개 사업을 신수종사업으로 택해 23조원을 투자키로 한 것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추락한 것처럼 어떤 기업이든 오늘에 안주하다가는 어느 순간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배경에 깔려 있다.

대기업 투자 확대로 '트리클 다운'효과 확산

삼성전자를 비롯한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등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이 반도체와 LCD 증설 투자에 나서면서 부품 · 장비업체들이 수주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트리클 다운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반도체 · LCD의 클린룸을 만드는 신성이엔지와 LCD 이송장비를 생산하는 신성FA 등 두 자회사를 거느린 신성홀딩스는 올해 1분기 수주실적이 지난해 연 매출을 뛰어넘었다.

LCD 증착장비와 태양광 제조장비를 만드는 주성엔지니어링도 1년치 일감을 벌써 다 확보하고,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투자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수주 물량 폭증세는 2000년초 반도체 초호황,2008년 LCD 호황을 능가하는 수준이란 평가다.

트리클 다운 효과는 이들 장비업체는 물론 LCD · LED TV용 백라이트유닛(BLU) 제조업체와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등으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PCB 업계의 호황은 2015년께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움츠러든 기업 투자의욕 고취시켜야

최근 삼성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들이 투자에 팔을 걷어붙이긴 했지만,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그리스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를 주저하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가 터지기 훨씬 전인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국내 기업들의 투자위축이 두드러졌다는 분석도 있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두 자릿수를 보이다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건물 토지 공장 기계 등 유형자산 규모를 통해 파악한다. 유형자산 증가율이 설비투자의 지표로 쓰인다.

국내 제조업의 연평균 유형자산 증가율은 1990~1997년 16% 수준이었다.

하지만 1998~2000년엔 6.5%로 떨어졌고,2001~2005년엔 1.8%까지 주저앉았다.

2006~2007년엔 5.4%였다.

이 같은 투자위축의 원인으론 '기업의 투자행태의 보수화'가 꼽힌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은 부채비율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됐고,이는 위험을 무릅쓴 투자를 꺼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움츠러든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정부가 나서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 육성에 힘을 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속적인 규제완화와 비즈니스 친화적(business friendly) 기업정책을 통해 투자하기 좋은 경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는 트리클 다운 효과를 통해 일자리창출과 경제의 성장기반 확충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