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지난 1년간 내린 투자 결정을 보면 '거침없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12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과감하게 결정한 뒤 신속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도 1조원에 가까운 신규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경기도 파주에 새 공장을 짓는데 7270억원,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설 확충에 2500억원을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LCD(액정표시장치) 수요 확대에 대비,공장 건물부터 미리 짓기로 했다는 발표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모두가 주저할 때 나온 그의 결단과 강한 추진력은 LCD 수요 회복기를 맞아 더욱 빛을 내고 있다. LG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이처럼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 결정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하지만 정작 그가 강조하는 것은 외형이 아니다. 권 사장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익 1등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매출,생산능력 1등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달성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3분기 중 시작할 OLED 사업과 관련해서는 "때가 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페이퍼(전자책) 분야에서도 2012년 세계 1위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1분기 실적을 자평한다면.

"실적은 만족할 수준입니다. 영업이익률 13%로 업계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공급 과잉을 지나고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성공했다고 봅니다. 2년 전부터 추구한 '수익성 No.1'을 내년까지 확고히 다져나갈 생각입니다. "

▶LG디스플레이의 성장 배경은 뭘까요.

"공장 생산성은 어떤 기업보다도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최근 공장 한 곳은 98%라는 꿈의 수율까지 달성했습니다. 나머지 공장들도 이 수준으로 수율을 높여가고 있고요. 8세대 LCD 라인은 어떤 회사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투자효율을 갖췄습니다. 이게 1분기 좋은 수익을 낸 배경 중 하나라고 봅니다. "

▶TV,모니터 제조에 나선 이유는.

"TV,모니터 등 세트를 제조하는 ODM(제조사생산설계) 사업에 나서는 것은 LCD 모듈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소비자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면 무엇이 필요한지 보다 잘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달부터 TV 완제품 공급을 시작하고 2~3개월 뒤에는 모니터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ODM 사업이 잘되면 LCD 모듈 고객을 붙잡아두는 효과도 클 것입니다. 최근 소니,도시바 등이 TV 생산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어 ODM 사업 기회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

▶3분기부터 양산할 OLED 분야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모바일용 OLED 분야는 때가 됐다고 봅니다. 기술 축적,고객 확보 등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거죠.LG전자도 연내에 OLED 휴대폰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하반기 신규 고객 확보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OLED TV 시장은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 테스트 성격으로 30,32인치 OLED TV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

▶e페이퍼,태양광 분야 추진 계획은.

"e페이퍼는 이제 시작입니다. LCD 등 다른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게 장점인데 약점인 컬러 구현 기능을 넣은 제품을 연내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분야에서 2012년까지 확고한 1위 입지를 굳힐 계획입니다. 태양광은 다른 업체들도 힘들어하는 분야라 조심스럽게 다가갈 생각입니다. 태양광 전지의 효율,수명 등 제반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연구개발(R&D)에 치중한다는 게 기본 방침입니다. 먼저 들어가서 피흘릴 생각은 없습니다. 2012년께나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

▶중국 지역 대규모 투자로 2012년께 공급과잉이 초래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데요.

"올해 LCD 면적 기준으로 수요가 25% 늘어나고 내년에도 20%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중국에 투자한 것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죠.어떤 업체가 선정될지 모르겠지만 2012년 중국에 증설을 안하면 어딘가에는 투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중국에서 하는 게 낫다는 입장일 뿐이죠."

▶중국 LCD 진출을 전망하시면.

"중국 사업은 이미 금년 초 하려고 했지만 늦어졌습니다. 만일에 대비해 최근 파주에 공장 건물 신축을 결정했습니다. 중국 정부 결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평가항목을 보면 다른 업체들에 밀릴 이유 없다고 생각되니 느긋하게 기다려 볼 계획입니다. "

▶핵심 기술력을 경쟁사와 비교한다면.

"지난해 셔터글라스 방식 3D TV,LED(발광다이오드) TV 등에서 조금 뒤진 게 아쉬운 점인데 바로 만회했습니다. 터치 스크린은 우리가 잘하는 분야입니다. 모바일기기를 시작으로 노트북,모니터 등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핵심기술에서는 최소한 같거나 앞서간다는 게 기본 전략입니다. "

▶늘 '수익성 No.1'을 강조하고 있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공급과잉 때도 적정이익을 내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어려울 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죠.이때 모든 실력이 드러납니다. 매출,점유율 1등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수익성 1등은 양보할 수 없습니다.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수익성을 갖춰야 위기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