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의과대학에서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전통적 인기학과인 피부과,안과,성형외과를 위협할 정도다. '피 · 안 · 성'이 지고 '정 · 재 · 영'이 뜨는 셈이다.

4일 의사 전문 헤드헌팅 업체 HR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5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정신과 전문의 평균 월급은 1423만원에 달했다. 2007년(885만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액수다. 충남 전남 경북 등의 지방병원에선 정신과 전문의 월급이 2000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 몸값이 급등한 것은 우울증 치매 등 정신질환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보건복지부는 국내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환자 수가 2004년 193만명에서 2006년 225만명, 2008년 256만명으로 연평균 7.5%씩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의 정신과 레지던트 지원율도 전체 진료과목 중 최고다. 2008년 1.85 대 1에서 2009년 1.76 대1,2010년 1.84 대 1로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2010년도 정신과 레지던트 9명 모집에 20명이 지원,2.22 대 1의 경쟁률을 보여 전체 평균 1.26 대 1을 크게 앞질렀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과 교수(42)는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승용차와 아파트를 제시해도 정신과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재활의학 전문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교통사고 뇌졸중 심장병 등으로 후유증을 겪는 환자가 늘고 재활 · 요양병원이 수도권 또는 대도시 외곽에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2005년 700만~800만원이던 월급 수준이 최근에는 1300만~1500만원으로 배 가까이 상승했다.

영상의학과도 마찬가지다. 정형외과 산부인과 내과 외과 등이 전문병원으로 탈바꿈하면서 수술 전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와 판독을 늘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들 '정 · 재 · 영'이 뜨는 또 다른 이유는 근무조건이다. 야근과 특근이 없고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윤성민 아라컨설팅 대표는"요즘 의대생들이 5년 전 최고 인기를 누리던 '피 · 안 · 성'대신 '정 · 재 · 영'에 관심을 두는 것은 고수익을 창출하는 게 점점 어려지워지는 의료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