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사장은 중요한 미팅에도 늦게 나타날 때가 많다. 자동차 대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오기 때문이다. 유대교 신자지만 결혼식은 어떤 섬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올렸다. 투자자가 '자금을 유치하려면 사업계획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는 "사업계획이 뭐예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의 파트너인 또 다른 사장은 회사를 세울 때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자동차 회사 노동자였던 할아버지가 파업을 하며 두려워하던 모습을. 그리고 마음에 되새겼다. "직원이 행복해야 생산성도 좋다. "

이 두 사람이 만나 회사를 만들기로 했을 때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성기였다. 당시 빌 게이츠는 앞날에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는 "누군가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을 것 같아 두렵다"고 답했다. 게이츠의 예지력이었을까. 두 젊은이가 처음 회사를 차린 장소는 한 명의 애인이 차고로 쓰던 곳이다. 10년 후 게이츠의 두려움을 현실로 만든 이들은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구글의 창업자들이다.

◆숫자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구글.미국 본사에서 신사업 개발과 제휴를 담당하는 김현유(Mickey Kim) 매니저(34)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렸다. 일하면서 직접 느낀 구글의 경쟁력에 대한 것이었다.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 글을 퍼가며 "공감한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김 매니저는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구글 문화의 핵심은 자유롭게 일하고 철저하게 평가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세대를 졸업한 뒤 4년6개월간 삼성전자에 다니다 2007년 구글로 옮겼다.

그는 "구글에서 일하다보니 시간이나 윗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는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다른 직원이 어디에 있는지,무엇을 하는지 누구도 알려 하지 않는다는 것.퇴근시간이면 의자를 반쯤 빼고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대다수 한국 기업과는 많이 다르다고도 했다. "처음에는 이런 문화 때문에 윗사람들에게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을 정도였어요. 한국에서처럼 가끔 퇴근시간에 '맥주 한 잔 하고 가지'라는 상사의 말이 그리울 때가 많았죠."

구글의 이 같은 업무 방식은 성과 중심 문화와 철저하게 연계돼 있다고 한다. 매니저들은 매 분기 경영진과 함께 업무계획을 짠다. 분기가 끝나면 경영진은 이를 평가해 0~1점 사이의 성적을 매긴다. 이를 연봉,승진 등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직원이 일하는 장소가 집인지,회사인지 또는 시간이 낮인지,밤인지는 전혀 신경쓸 일이 없어지는 셈이다. 숫자를 중시하는 구글 경영진의 마인드가 조직 문화에 그대로 스며 있는 것이다.

◆CEO의 역할은 매니저를 도와주는 것

일 중심의 문화에서는 직급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김 매니저는 "처음 입사해 멘토에게 주변 사람들의 직급을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할 때가 꽤 많았다"고 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차장,부장,상무 등 직급을 더 중요시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일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자연스럽게 구글에서는 실무자인 매니저들이 강력해졌다. 그리고 이는 구글의 첫 번째 경쟁력이 됐다는 게 그의 얘기다. "구글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실무를 진행하는 매니저층이 두텁고 강력하다는 것이죠.매니저들은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고 있어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트가 "나의 역할은 당신들같이 똑똑한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일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런 구글에는 당연히 사장 월례사도 없다. CEO가 매주 금요일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고 소통하기 때문이다.

◆도그 푸딩의 문화

구글 문화 중 유명한 것이 20% 프로젝트다. 업무시간의 20%를 본업이 아닌 다른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를 통해 창의적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 구글의 G메일은 이 프로젝트의 대표적 결과물이다.

김 매니저는 회사가 먹는 것을 책임져주는 것도 경쟁력의 요인으로 꼽았다. 구글 캠퍼스에서는 직원이나 방문자 모두에게 하루 세 끼가 공짜로 제공된다. 또 사무실 곳곳에는 '마이크로 키친'이라 부르는 공간이 있어 음료,스낵,과일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도그 푸딩(dog fooding · 미국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내부에서 테스트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용어)'도 강점으로 꼽았다. 말 그대로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직접 써보는 것이다. 그는 "구글 직원에게 통하지 않으면 밖에서도 잘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무슨 일을 하건 도그 푸딩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페이지,브린,슈미트 등 경영진 세 명의 균형 잡힌 리더십과 작은 일에도 칭찬해주는 문화도 구글 경쟁력의 요인으로 꼽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