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장들이 내달 초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총출돌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ADB 총회는 내달 1일부터 4일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다.

은행장들은 일제히 내달 1일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 길게는 1주일 간 현지에서 머물면서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인수.합병(M&A)이나 업무협력 등을 추진한다.

은행장들은 또 '은행세'와 '볼커 룰' 등 금융규제 강화 방안 논의를 위해 이번 주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장들은 미 오바마 정부의 은행 규제안인 볼커룰이 도입되면 은행권 인수.합병(M&A) 등의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내심 반대의 입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단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주요 은행장들, ADB 총회 한자리에
이번 ADB 총회에는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의 시중은행장들과 윤용로 기업은행장,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 김동수 수출입은행장 등 국책은행장들이 대거 참석한다.

우리금융지주는 이팔성 회장을 대신해 윤상구 전무가 출장길에 오른다.

민 회장은 현지 금융권 동향을 둘러볼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국내 은행들 중 유일하게 우즈베키스탄 현지에 법인(우즈KDB)을 두고 있어 현지 사정에 밝다.

일부 은행장들은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투자 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윤용로 행장은 내달 4일까지 JP모간과 웰스파고 등의 해외 금융기관들과 미팅을 갖고 5일부터 7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해외투자자들을 상대로 IR를 갖기로 했다.

김정태 행장도 현지에서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과 만나 관계 증진을 추진하는 한편 신용공여한도 연장 가능 여부도 타진해보기로 했다.

김동수 행장은 1주일 간 우즈베키스탄에 머물면서 현지은행과 수출신용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등 아시아 개발금융협의체(ECA) 대표들과 만찬을 하며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김 행장은 바클레이즈 등 국제금융기관들과도 잇따라 만나 국제 금융시장 동향을 듣는다.

이어 은행장들은 현지 기업들과도 간담회를 갖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은행장들, '볼커룰로 M&A 타격받을까' 노심초사
ADB 총회 개최 전후로 은행장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다.

특히 이번 주말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은행세와 볼커룰을 논의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개혁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은행세' 도입과 관련해 금융기관에 '금융 안정 분담금'과 '금융 활동 세금'을 징수하는 방안을 G20에 제안하기로 했다.

또 미국은 자국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볼커룰'을 다른 나라에서도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다수 은행장들은 은행세나 볼커룰 도입에 달갑지 않은 입장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일련의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 은행장은 "국제금융시장의 정책 추이와 국내 정부당국의 움직임 등이 확정되면 대처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선진국이 금융시스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하는 법안들을 상대적으로 발전이 덜된 신흥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신흥국은 위험 전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에 협조하는 공조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시장의 여건이 선진국과 다르기 때문에 이번 국제시장의 규제 도입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금융권에서는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국내 금융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G20 의장국을 맡은 터라, 국제 기류를 '남의 일'로 치부하고 모른 척하기 어렵고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는 볼커룰이 도입되면 자국 금융회사의 국제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어 국제적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며 "G20 회원국은 미국의 주장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볼커룰이 도입되면 올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려던 대형 은행 간 M&A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볼커룰은 금융회사의 시장점유율을 10%로 제한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작년 말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10%를 웃도는 은행은 3곳에 이른다.

모 은행 최고경영자(CEO)는 "국내 금융권에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으나 최근에는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은행 M&A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윤선희 최현석 기자 koman@yna.co.krindigo@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