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감식을 잘못했나…."

지난 6일 캄보디아 캄퐁참 지역의 사무어 초등학교.엄창용 웅진코웨이 과장이 땀을 닦아내며 연방 펌프질을 하고 있다. 펌프를 타고 물이 흘러나와야 할 시간이 이미 3분 정도 지났다. 지켜보던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켜보던 600여명의 사무어 주민들도 착잡한 표정이다. 그 순간 훅하며 물이 펌프에서 뿜어져 나온다. 50m의 파이프관을 타고 올라온 물이 우물가 주변으로 넘쳐 흘렀다. 사무어 초등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물가로 뛰어 들었다. 한켠으로 밀려난 홍 사장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환호성이 잦아들자 웅진코웨이 직원들과 봉사단이 우물가 주변 시멘트 작업에 나섰다. 주변부 정리작업까지 마치자 어느덧 메콩강을 끼고 펼쳐진 캄퐁참의 담배밭에 노을이 붉게 내려 앉았다. 그날 사무어 마을에서는 잔치가 벌어졌다. 주민들이 열대과일을 내놨고 마을의 살림꾼인 부군수 반무니씨는 웅진코웨이 봉사단원들의 손을 꼭 붙잡고 '어꾼 찌란(정말로 고맙습니다)'을 연발했다. 웅진코웨이가 캄보디아에서 500번째 우물을 완공한 날의 풍경이다. 우물 파기의 첫삽을 뜬 지 5년 만이었다.

◆척박한 땅에서 뽑아올린 생명수

"물이 부족한 나라를 돕자."

2005년 웅진그룹의 주력사인 웅진코웨이의 매출이 국내 물 관련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던진 첫마디였다. 점점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쌓게 되자 웅진코웨이 봉사활동의 저변을 해외로 확대하자는 취지였다.

물 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나라를 차례로 둘러볼 예정이던 답사단은 첫번째 국가인 캄보디아에서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때 캄보디아의 젖줄이던 톤레샵 호수는 진흙과 쓰레기가 가득했다. 어린이들은 그 물을 받아 마셨다. 1400만명의 인구 중 상수도 혜택을 보는 사람은 채 10%에 미치지 못했다.

캄보디아 답사를 다녀온 이진 웅진그룹 부회장은 "수인성전염병으로 인한 영아 사망률이 세계 1위였고 그 때문에 평균 수명이 50세에도 못 미쳤다"며 "사회 봉사하러 간다는 기대감 반,설레임 반으로 갔지만 막상 처절한 상황을 접하고 보니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바뀌었다"고 회고했다.

웅진코웨이 임직원들은 2006년 2월부터 캄보디아를 찾아 우물파기에 나섰다. 1년에 100개씩 10년간 1000개의 우물을 파겠다는 목표였다. 우물 감식 기술자,굴삭기 업체 등을 수소문하던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국제봉사단체 캄보디아네이버를 이끌고 있던 김형기 목사를 만나게 됐고,곧 둘은 의기투합했다. 캄보디아네이버는 현지 업체를 찾아내고 봉사단의 동선을 계획하는 등 현지 지사 역할을 맡았다. 웅진코웨이는 비용과 봉사인력을 댔다. 그해 4월 프놈펜 인근 다케오 지역에서 첫번째 우물이 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뒤 이달 초까지 76개 마을에 우물 500개를 완공했다. 2015년까지 우물파기를 계속해 1000개의 우물을 식수로 확보한다는 것이 웅진코웨이의 목표다. 이를 통해 캄보디아 어린이들이 안전한 식수를 먹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VIP 고객'들에게 일을 시키다

웅진코웨이의 캄보디아 우물파기는 현지인들에게 봉사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오히려 웅진코웨이 직원들에게 봉사와 헌신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웅진코웨이는 회사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 대표,고객에게까지 봉사단을 확대했다. 500번째 우물을 파는데도 웅진코웨이 영업부문 책임자들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주부 윤현옥씨는 "처음에는 VIP 고객 대상 행사라기에 공연티켓이나 사은품을 주나 싶었는데 캄보디아에서 일을 시킨다는 것이어서 황당했다"며 "하지만 캄보디아의 현실을 접하고 봉사활동을 마친 후에는 소중한 경험을 갖게 된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듬해인 2007년 7월에는 웅진그룹 사장단이 캄보디아에서 회의를 갖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땅 파기로 시작된 봉사활동은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됐다. 우물을 파는 동안 봉사단은 간이 화장실을 마련하고 화장실 벽을 그림으로 장식했다. 고아원을 찾아 어린이 급식활동과 위생활동에 참여했다. 이주 예정 노동자들과 1 대 1로 문화교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웅진코웨이 대학생 사회봉사단으로 이달 초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다녀온 한수진씨(성신여대 · 23)는 "가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만들 우물이 누군가에게 생명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컵을 들고 정수기에 손만 뻗으면 물을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풍족한 것인지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