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 시즌에 접어들면서 뉴욕증시 다우지수 종가가 11,000 선을 돌파했다. '리먼브러더스 쇼크'가 터졌던 2008년 9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지난해 3월 다우지수가 6500대로 떨어졌던 점을 생각하면 정말 기적 같은 변화다. 이제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상승 추세가 과연 계속 이어질지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에선 늘 '황소(강세론)'와 '곰(약세론)'의 전쟁이 벌어진다. '황소'는 점점 높아지는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안정세를 되찾아가는 미국의 경제지표들,전 세계적인 증시 호황 등을 근거로 든다. 반면 '곰'은 날로 커지는 인플레이션 압박과 여전히 남아 있는 대형 은행들의 부실대출,높은 실업률과 정부 재정적자 등을 지적하며 경계 메시지를 보낸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런 논쟁들마저 증시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미 증시의 상승세를 떠받쳐 주는 건 애널리스트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멘트가 아니라 다국적 상장사들의 실적 회복과 경기침체 탈출을 향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이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캐터필러 등 미 대기업들은 더욱 넓은 수요처를 찾아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따라 결국 이들 회사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비율은 미국을 훨씬 웃돌게 됐다. 다시 말해서 미 내수시장의 침체가 상장사들의 실적 악화까지 이어지진 않게 됐다는 뜻이다.

또 금융위기 이후 닥쳐온 혹독한 불황 속에서 미 기업들은 정리해고와 생산설비 축소 등 각종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꽉 졸라매며 총 수조달러에 달하는 내부유보금을 쌓았다. 올 들어 경기회복세가 완연해지면서 기업들은 이 '실탄'들을 M&A(인수 합병)와 연구개발 자금 확충 등에 다시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는 곧 증시에 엄청난 호재가 되고 있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아시아,중동 국가 등 주요 신흥국들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며 세계 증시의 큰손으로 급부상하는 것도 미 증시에 다시 없이 좋은 기회가 됐다. 특히 이들 지역의 국부펀드들은 막강한 자금력으로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미 증시 투자를 통해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간판기업 주식 96억달러(약 11조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 2월 초 공개하기도 했다.

제로금리 수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려드는 것도 증시 활황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물론 미 실업률이 앞으로 계속 10%에 육박할 것이란 우려를 비롯해 여러가지 악재들도 곳곳에 남아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게 현재의 미국 증시인 만큼 지나치게 그런 악재들에만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정리=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이 글은 미국의 정치 및 경제트렌드 연구소인 리버 트와이스 리서치의 재커리 캐러벨 대표가 "다우지수 11,000은 단지 시작일 뿐(Dow 11,000 is Only the Beginning)"이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