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채권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발행하는 외화표시 글로벌 채권(한국물)의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1'으로 올림에 따라 한국물 가격 상승세는 더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4월 발행한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는 지난 12일 66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외평채 가산금리는 작년 12월 초만 해도 130bp였으나 올 2월 초순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도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직후에 한때 699bp까지 치솟았고 2008년 말 316bp였으나 지난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100bp 대로 떨어졌다. 지난 13일에는 76bp까지 하락했다.

실제로 올 들어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이 실시한 글로벌 채권 공모는 모두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28일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계 시중은행 중 'A'등급으로는 처음으로 사무라이 채권(엔화표시 채권)을 발행해 화제가 됐다. 기업은행이 지난 2월1일 실시한 달러표시 채권 공모에는 총발행액(3조50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11억달러가 몰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관례에 비춰볼 때 한국물의 이 같은 인기는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국제금융시장의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이머징마켓 자산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는 게 정형화된 패턴이었다"며 "반면 최근에는 선진국의 재정건전성 우려가 높아지자 오히려 한국물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화 강세도 한국물의 인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부장은 "올 들어 원화의 절상 속도가 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서 빠른 편"이라며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금리 수익뿐 아니라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한국물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