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31일 "국내 은행 입장에서는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 업무를 분리하도록 하는 볼커룰보다는 예금 이외의 차입한 자산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오바마 택스(Obama tax)',즉 은행세가 훨씬 더 중요한 만큼 은행들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갖고 국제적인 금융규제 논의가 국내 은행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바마 택스라고 불리는 은행세는 은행의 차입자산에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은행 건전성 강화에 도움이 되고,국제적으로도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가 없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은행이 차입을 통한 대출을 줄이면 예대율이 개선되고 레버리지(자금을 지렛대를 이용한 것처럼 부풀리는 효과)를 통한 투자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의 단기 외화 차입 비중이 높다는 점과 외은 지점들이 본국의 모회사로부터 차입했던 외화가 급격히 유출되면서 환율과 외화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재확인된 만큼 은행세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볼커룰의 국제적인 도입 전망에 대해 김 원장은 "국제적 표준으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럽은 전통적으로 CB와 IB 업무를 같이 하는 유니버셜 뱅킹 체제여서 미국이 볼커룰을 시행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볼커룰이 입법화되더라도 CB와 IB의 분리는 미국 내에서만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경기상황에 대해서는 "오히려 해외는 좋아질 것 같은데 국내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중국도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지난해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효과가 올해 계속되기 어렵고,원 · 달러 환율이 하락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