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윤리경영의 동의어로 잘못 알고 있는 탓이 크다. 특히 그 책임이라는 것을 너무 좁게 생각한다. 기부를 많이하고 어려워도 사람을 많이 뽑는 등 '책임'만 너무 생각한다. 그러나 윤리경영이란 기본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당사자(stakeholder)들에게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을 윤리경영으로 보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는 기본적으로 다섯 집단이다. 종업원 · 고객 · 투자자 · 파트너 · 사회가 그것이다. 이들 이해당사자가 원하는 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과정에서 기업은 내 · 외부적으로 가치를 인정 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상식적으로 볼 때 이들 다섯 집단이 원하는 것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것이 모순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종업원들에게 급여를 많이 주려면 고객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팔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업은 항상 일부에게 '나쁜 짓'을 하는 집단으로 인식돼 온 것이다.

그러나 이건 옛날 얘기다. 이해당사자들이 원하는 가치는 상당히 성숙했다. 다섯 집단의 가치가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종업원들은 더 이상 돈이 아니라 의미를 찾는다. 고객들도 만족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놀라운 상품을 갖고 싶어한다. 투자자들은 배당도 중요하지만 주주로서의 자부심을 원하고 파트너들도 상생발전을 바란다.

이렇게 높아진 이해당사자들의 가치는 절대 모순적이지 않다. 놀라운 혁신 제품을 파트너와 함께 만들어 성공하면 이들 파트너 모두를 만족시키는 진정한 윤리경영이 되는 것이다. 윤리경영이라고 해서 굳이 도덕을 찾을 것이 아니라,기업의 진정한 과제를 생각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