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없는 검색서비스 시작”… 접속 차단 등 보복 당할수도
[Global Issue] 홍콩으로 철수한 中 구글… 중국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날까
미국 검색엔진 구글과 중국 정부 간 대결이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

구글은 검색사업을 중국 본토에서는 철수하되 홍콩을 통해 '구글차이나' 검색 서비스를 계속하는 우회전략을 들고 나왔다.

구글은 22일 구글차이나 사이트(www.google.com.cn) 접속을 자동으로 구글홍콩 사이트(www.google.com.hk)로 전환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구글홍콩 사이트에서 검열을 거치지 않은 검색 결과를 볼 수 있게 된 것.

이는 중국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어서 최악의 경우 구글이 중국에서 쫓겨날 가능성도 생겼다.

⊙ 中본토 검색사이트 홍콩으로 옮겨 서비스

2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오전부터 구글차이나 방문자들을 홍콩에 근거한 구글의 중국어 서비스 사이트로 유도하기 시작했다.

홍콩의 중국어 서비스 웹사이트에는 '중국의 새 집에 마련된 구글 검색서비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구글은 또한 검색사업과 관련한 연구개발(R&D) 및 광고영업 부문 등은 중국에서 그대로 존속시키기로 결정했다.

구글은 2006년 중국 검색시장에 진출했다.

데이비드 드러먼드 구글 법무담당 부사장은 이날 구글 블로그를 통해 "구글차이나에서 검색 서비스 검열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또 구글차이나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구글홍콩 사이트로 전환되며 검열하지 않은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글홍콩 사이트에서는 중국 정부가 금지한 '천안문광장(tianamen square)' '6월4일(June 4th)'등의 검색 결과가 그대로 나타났다.

구글의 이런 전략은 중국 정부의 엄격한 검열 행위를 일단 피하면서도 세계 최대의 인터넷 시장인 중국에서 모든 사업을 철수하지는 않음으로써 자사의 경영적 이해도 유지시켜 나가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글과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이후 두 달 동안 중국 측의 검열 및 해킹행위 등을 둘러싸고 충돌을 빚어 왔다.

앞서 구글은 1월12일 중국에서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작년 말 중국 해커들이 구글차이나 서버에 침투해 중국 인권운동가들의 G메일을 뒤지고 소스코드를 훔쳐갔다는 것이다.

이에 검색 자체 검열을 중단하기로 했고 중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해킹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중국에서는 중국 법을 지켜야 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 구글, 중국어 검색광고와 영업은 계속?

중국 정부의 검열을 거부한다는 기존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검열이 없는 홍콩의 중국어 서비스를 활용하려는 구글의 결정이 중국과의 갈등을 종결지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구글이 중국 본토에서 중국어 검색 서비스를 중단하면 중국 측의 검열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어 서비스를 통한 검색 광고 및 영업부문에서 사업을 계속하는 게 가능할지는 다소 불투명해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구글이 광고영업 부문 등을 중국 내에 그대로 둔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중국에 검색 사업의 발판을 유지한다는 걸 의미하고, 중국 측이 검열 행위에 반발해 사이트를 홍콩으로 옮긴 구글에 대한 모종의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에 기반을 둔 구글의 중국어사이트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다.

중국 본토의 구글 사이트 방문자들이 홍콩 서비스 사이트로 연결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것.

미국의 IT 전문가들은 "구글 입장에선 검열 행위를 피하기 위해 중국어 검색 사이트를 중국 본토에서 철수하지만 연구센터와 영업 부문 등을 중국에 남겨 놓음으로써 중국 정부와 타협점을 찾아보려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휴먼라이츠워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검열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슈"라며 "검열 방침에 대한 중국 측의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1월12일 중국 측의 검열 및 이메일 해킹 행위 등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중국 정부의 통제를 거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중국정부와 누리꾼은 맹비난에 나서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3일 성명을 내고 "구글이 중국 내 검색서비스를 중단하고 해킹 피해 책임을 중국에 돌린 행위는 중국 정부와 명문화한 약속을 깨는 일이자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신문판공실 인터넷국의 책임자는 성명에서 "우리는 상업적인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구글의 근거 없는 중국에 대한 비난에 대해 불만과 분개의 뜻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논평을 통해 구글이 중국 시장에 들어올 때 법에 따라 '유해콘텐츠'를 검열하기로 약속하고는 갑자기 약속을 깨려 한다며 "이는 부당한 행위로 변한 것은 중국의 투자환경이 아니라 구글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중국 역시 인터넷 해킹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라면서 "중국 정부가 해킹을 용인했다는 주장은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이어 "2009년 기준으로 중국에는 외국 기업 66만개가 활동하고 있고 전세계 500대 기업 중 480개가 진출해 영업하고 있다"면서 "구글을 외자기업의 대표이자 전형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 홈페이지에는 누리꾼들이 "꺼져라" 등 구글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중국에서 구글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관영 언론매체와 웹사이트들을 결집,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여러 갈등을 구글 문제와 한데 묶으려 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는 아직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조만간 구글홍콩 사이트 접속을 차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차이나 도메인 등록을 취소하거나 사업권을 박탈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미국 정부와 중국 네티즌들의 반발은 물론 국제사회 비난까지 감수해야 한다. 중국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 언론과 중국 언론은 정반대의 논지를 펼치고 있다.

미국 언론은 대체로 중국 정부의 해킹과 인터넷 검열이 부당하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 언론은 중국에서는 중국 법규를 따라야 한다며 구글이 약속을 어겼다며 비난한다.

구글과 중국 정부의 대립은 안드로이드마켓 모바일게임 사전심의를 둘러싼 구글과 한국정부 간 대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