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전 GE회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구글보다는 리오틴토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와 구글 간 공방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중국의 본질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리오틴토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호주의 철광석 회사다. 이 회사의 중국지사 직원들은 지난해 7월 뇌물수수와 스파이 혐의 등으로 전격 구속됐다. 묘하게도 중국과 호주의 철광석 가격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던 시점이었다. 중국은 부인했지만 협상 부진에 대한 '보복조치'로 인식되기엔 충분했다.

호주 여론이 들끓자 후진타오 중국주석은 이례적으로 리오틴토 직원 구속 문제를 빨리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들의 석방 가능성도 점쳤다. 그러나 이들은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다. 현재 중국은 최대 철강사인 바오산강철을 내세워 호주의 리오틴토 등과 철광석 수입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의 주도권을 쥔 쪽이 어디인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구글사태도 이와 유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마찰을 빚고 있는 시점인 탓이다. 그래서인지 구글은 지난 22일 중국어 검색서비스를 본토가 아닌 홍콩에서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결정은 미국의 경영진이 한 것이며,중국에 있는 직원 어느 누구도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은 싸우는 것을 겁내지 말아야 승리할 수 있다(敢于鬪爭 善于勝利,손자병법)는 원칙을 중요시 한다"며 "어느 정도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경제적 실리를 확실히 챙기는 게 중국식 협상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2002년 한 · 중 마늘협상에서 중국의 이런 원칙에 톡톡히 당한 적이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평소 "중국 고유의 협상방식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공산주의자가 없다"는 말을 자주한다. 그런 그가 지난 22일 외국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시 구절까지 인용해가며 "앞으로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겠다"고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그렇지만 그의 언급이 향후 중국의 태도변화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김태완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