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줄이고 단순하며 이웃에 봉사하는 삶을 살라"



[Focus] 법정스님 입적… ‘무소유’의 큰 가르침 남기고 떠나셨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고려 말의 고승으로 공민왕의 정신적 스승이기도 했던 나옹 화상이 남긴 말처럼 법정 스님이 물같이 바람같이 한 세상을 살다가 지난 11일 입적했다.



법정 스님은 유언장을 통해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풀어 놓은 '말 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스님의 말씀대로 다비식은 관도 수의도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지난 13일 전남 송광사가 자리잡은 조계산 자락에서 치러졌다.


"진정한 자유는 내적 절제에 있다" "말을 따르지 말고 뜻을 따르라" "삶이란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순간순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귀도 듣고 이해하면서 새롭게 펼쳐가는 어떤 기운 같은 것이다."

법정 스님이 던진 수많은 화두 가운데 대중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걸 꼽으라면 아마도 '무소유'일 것이다.



1976년 발행된 산문집 '무소유'에서 그는 물질물명 시대 소유에 매달리는 세태를 질타하고 물건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라고 설파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



부처께서 말씀하신 탐(貪 · 욕망,욕심) 진(瞋 · 노여움,미움) 치(痴 · 어리석음)로부터 벗어나는 게 깨달음을 얻는 첫걸음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이 세상은 우리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것"이라는 인도의 위대한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와도 맞닿아 있다.

스님은 무소유를 통해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하는 데서 나아가 보다 현실적인 수행법을 제시한다.



그는 "욕망은 끊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단지 질적인 변화가 있을 뿐이다. 에너지, 업(業)의 전환이다. 탐욕으로 흐르는 일을 베푸는 일로 전환하는 것이다. 선행(善行)하라. 이웃을 기쁘게 해주면 내 자신이 기뻐진다. 업을 맑히는 것이다." 대중들이 모든 욕심을 끊기는 어려운 일이므로 우선은 나쁜 욕망을 좋은 욕망으로 바꾸고 착한 일을 많이 하라는 얘기다.

법정 스님의 가르침은 금욕과 절제를 강조한 칼뱅이나 중국 불교의 위대한 스승인 백장 스님과도 일치한다.



프랑스에서 출생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활약한 장 칼뱅(Jean Calvin)은 독일의 마르틴 루터와 더불어 16세기 종교개혁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그는 직업소명설과 청교도주의를 바탕으로 한 칼뱅주의를 완성했으며 엄격한 도덕성과 절도있는 규범으로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중국 선종의 조사(祖師 · 큰 스승)인 백장 스님께선 도를 닦으면서도 스스로 채마밭을 일구고 먹을거리를 장만한 걸로 유명하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동안 먹지 않는다'(일일부작 일일불식 · 一日不作 一日不食)는 백장 청규(백장의 맑은 가르침 · 百丈 淸規)는 그가 남긴 위대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청년 실업률은 10.0%로 치솟았다.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세계적 경제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물가안정 속에 고성장을 이어갔던 '골디락스'의 화려한 시절은 옛 얘기가 된 지 오래다.



저성장과 고실업,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 등이 특징인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에 법정 스님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몸으로 보여줬다.



대숲을 흔들며 불어온 바람은 소리를 남기지 않으며 그가 던진 많은 말들이 모두 부질없고 세상에 대한 빚이었다고 해도 스님의 가르침은 대중에겐 빛이었다.



'욕심을 줄이고 단순하며 이웃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라.' 법정 스님이 일생에 단 한번뿐인 만남에서 우리에게 남겨준 말씀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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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주요 어록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Focus] 법정스님 입적… ‘무소유’의 큰 가르침 남기고 떠나셨네!

법정 스님은 '무소유''산에는 꽃이 피네''아름다운 마무리' 등 여러 권의 산문집과 법문을 통해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깨달음을 전하는 말을 남겼다.



다음은 법정 스님의 주요 어록.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무소유' 중)

빈 마음,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 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중)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아름다움이다. ('버리고 떠나기' 중)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살려고 한다. 홀로 있다는 것은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고 자유롭고 전체적이고 부서지지 않음이다. ('홀로 사는 즐거움' 중)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오두막 편지' 중)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은 어떤 절이나 교회를 물을 것 없이 신앙인의 분수를 망각한 채 호사스럽게 치장하고 흥청거리는 것이 이 시대의 유행처럼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병들기 쉽지만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하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합니다. (1997년 12월14일 길상사 창건 법문 중)

삶의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며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둔 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아름다운 마무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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