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유 사용시 석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30% 많아”
[Focus] 바이오 연료가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부채질한다?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있는 신재생 에너지의 하나로 주목받아온 바이오 연료(Biofuel)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오 연료가 곡물가격을 올리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가 하면 석유보다 환경에 더 해로운 물질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이른바 녹색에너지라는 주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은 최근 자동차에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지구 환경에 더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은 영국 정부 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야자유를 바이오 연료로 사용할 경우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5%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 바이오 연료가 오히려 지구온난화 일으킨다

이 신문에 따르면 천연산림을 벌채해 기름 대용으로 쓰이는 야자수 오일을 만드는 야자나무 농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산림이 저장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막는 게 아니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야자나무 재배농장을 조성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불태울 경우,이때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야자나무 숲이 재흡수하는 데는 무려 840년이나 걸린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또한 삼림을 없애는 과정에서 희귀 동식물이 멸종하고 강물이 오염되는 등 오히려 지구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야자나무를 많이 벌채하고 있는 인도 수마트라의 경우 삼림의 황폐화로 오랑우탄이 멸종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더 타임스는 이를 근거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 연료 사용 의무를 강화하는 유럽 각국의 정책은 다시 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EU(유럽연합)는 차량부문에서 바이오 연료의 비율을 2020년까지 현재의 3.25%를 13%로 올리기로 결의한 바 있다.

EU는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각종 연구 · 개발에 30억파운드를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영국에서 자동차 연료로 쓰인 야자유는 1억2700만ℓ며 이가운데 52%인 6400만ℓ는 말레이시아에서 2700만ℓ는 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되고 있다.

⊙ 곡물가격도 인상시키는 촉매제

바이오 연료는 또 곡물가격을 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바이오연료가 국제식량 가격을 75%나 끌어올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이 같은 의견은 콩 옥수수 등 작물을 통해 얻는 바이오연료가 식량 가격 인상에 3%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정부의 의견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7~2008년 기록적인 식량 가격 인상의 원인을 인도 중국과 같은 신흥경제국의 식량 수요가 급증한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세계은행 보고서는 "개발도상국에서 소득 급증은 세계 곡물 소비량을 크게 늘리지 않았고,식량가격 인상의 주요한 원인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호주의 계속적인 가뭄도 식량 가격 인상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오히려 바이오연료의 생산이 식량용으로 사용될 작물을 연료용으로 전환시키고, 농부들이 곡물용 농지를 연료용 토지로 떼어놓게 해 곡물 생산량을 감소시키며, 곡물에 대한 투기를 불러오고 곡물 가격을 인상시킴으로써 식량 시장을 교란시켰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 수석 과학보좌관을 지낸 데이비드 킹은 "바이오연료를 지지함으로써 우리는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대신 식량 가격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5%

바이오 연료는 생물체를 열분해시키거나 발효시켜 채취해서 나오는 메탄올 에탄올 수소와 같은 연료를 말한다.

바이오 연료는 화석연료와는 다른 신재생 에너지다.

종종 바이오 연료는 바이오알코올과 바이오디젤을 합해 지칭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브라질은 사탕수수와 카사바에서 알코올을 채취해 자동차 연료로 쓰고 있으며 미국은 케르프라는 거대한 다시마를 바다에서 재배해 메탄올이라는 연료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연구가 많이 되고 있는 분야는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에탄올이나 메탄올을 정제하는 기술로 에탄올과 메탄올은 석유에서도 나오지만 사탕수수에서도 나온다.

이를 활용하면 플라스틱이나 섬유 등의 화학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제품은 석유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석유자원의 고갈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바이오 연료는 2005년 현재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5%를 담당하고 있지만 대부분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난방과 취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화석연료를 주 에너지원으로 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을 통해 바이오연료의 사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에탄올 생산은 2007년의 경우 전년 대비 50% 증가했으며 2016년까지 현재 수준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는 이러한 노력으로 전체 에너지의 17~19%를 바이오 연료를 통해 얻고 있다.

현재 미국이 가장 앞선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고의 바이오 에탄올 생산국이다.

그 뒤를 사탕수수가 많이 생산되는 브라질과 중국이 뒤를 잇고 있다.

심지어 석유회사인 BP 등도 바이오 연료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바이오 연료 전문가들은 EU의 야심찬 계획이 기술 개발이 더욱 발달하면 성취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녹색성장과 같은 정책에만 치우치다 보면 과학적인 발전 단계보다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환상만 심어줄 수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