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들어온 풍부한 달러를 무제한 사들여 위안화 가치 낮게 유지
[Cover Story]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보는 이유는?
"중국은 내부적으로 거품 덩어리가 있는 과열 경제이므로 통화절상 정책이 이익이 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을 경우 중국을 환율조작국에 지정할 수 있다"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중국을 환율조작국에 포함시킬 경우)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고 대중 수출에 보복을 가하겠다" (왕치산 중국 부총리)


미국과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놓고 거의 경제전쟁에 돌입할 태세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자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며 환율조작국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중국은 2005년 이후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21%나 평가절상됐지만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개선되지 않았다며 미국의 무역적자는 제품 경쟁력 상실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 환율 조작국이란…

환율조작국은 무역수지를 확대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다른 나라 통화와 자국 통화 간 환율을 조작하는 나라를 뜻한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의회에 제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을 지정한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관세 인상 등 각종 무역제재를 가하고,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국제 신뢰도가 떨어진다.

미국은 1992년과 1994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지만,이후에는 미국 의회와 민간의 거센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척 그래슬리(Grassley) 미국 아이오와주 상원의원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4월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다면 (미 의회가 나서서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된) 입법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두 나라 '환율 갈등'이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 외환보유액 쌓이는 과정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09년 말 기준 2조3990억달러로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은 매년 3000억~400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런 경상수지 흑자를 외환보유액으로 차곡차곡 쌓고 있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무작정 늘어나는 게 좋은 일일까.

외환보유액은 어떤 과정을 통해 늘어날까.

경상수지 흑자로 국내에 달러화가 많이 들어오면 달러화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위안화 가치가 상승한다.

중국 정부 당국이 환율을,즉 위안화 가치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중에 있는 달러화를 사들여 흡수해야 한다.

이런 달러화를 사들이기 위한 돈을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환평형기금이라고 부른다.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발행하는 채권이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외평채)이다.

외평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달러화를 사들이면 시중에 위안화가 풀리게 된다(외평채는 시장에서 돈을 빌린 것이기 때문에 만기에 다시 시장에 돈을 갚아야 한다).

위안화가 풀리면 시중에 자금(유동성)이 공급되고 통화량이 늘어난다.

여기까지는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달러화 공급이 늘었는데 이것이 위안화 통화량의 증가로 바뀌는 과정이다.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이라는 것을 발행해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한다.

⊙ 2조4000억달러 외환보유액의 명암

외환보유액을 쌓기 위해서는 외평채와 통안채를 발행해야 한다.

채권을 발행하면 금리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한다.

외환보유액 운영을 통해서 이자를 받지만 대부분 미국 국채 등 안정성이 높은 달러화 표시 자산이어서 금리가 중국 국내보다 낮다.

그 금리 차이만큼 손실을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 외평채와 통안채 금리가 연 7%이고 미국 국채 금리가 연 5%라면 단순 계산으로 2조4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480억달러(약 55조2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주식, 부동산 투자로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여기에다 환손실도 예상된다.

외환보유액은 주로 달러화 표시 자산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위안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무역흑자 규모를 보면 당연히 나타날 결과다) 외환보유액은 환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또 위안화 가치가 정상보다 낮게 유지되기 때문에 중국에서 수출하는 사람들은 이익을 보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불이익을 받는다.

국내 제품만 사용하면 상관없지만 수입품을 살 때 높은 환율 때문에 정상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품 물가가 정상보다 높기 때문에 경제 전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받게 된다.

올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 경제로서는 큰 부담이 된다.

반면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통해 해외 기업이나 원자재 광산을 사들일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고 외환위기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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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환율제도 어떻게 변했나

위안화 환율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고정환율제와 통화바스켓환율제,자유변동환율제의 차이를 먼저 알아야 한다.

고정환율제란 시장 변동 상황에 상관없이 화폐 교환 비율을 국가에서 일정 수준에 고정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20세기 중반까지는 각국이 자국 통화와 금의 교환 비율을 조정해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했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고정환율제라고 하면 보통 달러 페그제를 의미한다.

페그제란 달러 등 기축통화에 대해 자국 화폐의 교환 비율을 고정시킨다.

이에 반해 자유변동환율제는 말 그대로 각국 화폐 사이의 환율을 다른 화폐와의 수요 공급 원칙에 의한 시장 변동에 따르도록 만든 제도를 뜻한다.

또 통화바스켓 환율제는 고정환율제와 자유변동환율제의 중간 형태로 한 나라가 자국과 교역 비중이 큰 국가들의 통화를 선택해 통화군(basket)을 구성한 후,이들 통화의 가치가 변동할 경우 국가별 교역액의 비중(가중치)에 따라 자국 통화의 환율에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통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가기 전 과도기적인 환율제도다.

중국은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해오다가 2005년 7월 위안화를 8.28위안에서 2.1% 절상한 8.11위안으로 하고 복수통화 바스켓에 연동하는 관리변동환율제로 바꿨다.

이후 2008년 6월까지 달러화 대비 21%의 평가절상을 단행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83위안에 고정시키며 관리변동환율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