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막걸리 붐에 밀려 지난해 극심한 몸살을 앓았던 와인과 위스키 시장이 서서히 기기재를 켜고 있다. 올 들어 백화점의 와인 판매량이 10% 이상 증가했고 위스키도 17년산 이상 고급 제품이 호조여서 구매력 높은 소비자들이 먼저 지갑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와인 유통업체 와인나라의 지난 1~2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가량 증가했다. 와인나라가 운영하는 인사동 '민가다헌',청담동 '베라짜노' 등 와인 레스토랑의 매출도 10% 올랐다. 롯데백화점에선 1~2월 와인 매출이 16.8% 늘었고 이마트는 5.2% 증가했다.

지난해 와인시장이 소비 감소와 고환율,막걸리의 인기 등으로 전년 대비 약 20% 역신장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판매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와인 소비가 바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와인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백화점,대형마트들은 쌓인 재고를 털기 위해 앞다퉈 할인 행사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000여가지 와인 20만여병을 10일까지 30~70% 할인 판매한다. 144만원짜리 '샤토 라투르 1997'을 72만5000원에 내놓고 균일가 와인(5000원,1만원,2만원 등) 150여종도 준비했다.

이마트는 '영상 속의 와인전'을 마련,영화나 드라마에 나왔던 와인을 최대 20%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프랑스산 '샤토 아르노'를 반값인 8900원에,이탈리아산 '빌라M'을 30% 할인한 2만4500원에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화이트데이(14일)를 앞두고 영화 '카사블랑카'에 등장한 '뵈브 클리코' 등 샴페인 10종을 기획 판매한다.

일각에선 국내 와인 수입량이 가장 많은 칠레에서 강진으로 도로,항만이 붕괴되고 일부 포도밭이 망가져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 차질이 심각하지 않고 대안으로 호주,스페인 등 저가 와인이 다양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상덕 금양인터내셔날 부장은 "최대 산지인 마이포밸리의 콘차이토로,산페드로와 같은 대형 와이너리들은 큰 영향이 없다"며 "일주일 정도 물류 차질을 빚는 정도이고 가격도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스키 시장도 지난해 판매량이 9.9% 줄었지만 올 들어선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1~2월 위스키 판매량은 41만2815상자(500㎖ · 18병)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가장 대중적인 12년산 위스키(28만6169상자)는 0.3%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17년산(8만9671상자)은 14.1% 증가했다. 특히 21년산 이상의 고급 위스키는 2960상자가 팔려 70.7% 급증했다.

김정은/최진석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