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 상징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8년간 끌어온 '재건축 허용 논란'이 최근 허용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강남구는 지난 5일 "안전진단자문위원회(위원장 김정태 경희대 교수)를 열어 은마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 용역 결과를 검증한 결과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강남구는 지난해 말 은마아파트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한국시설안전연구원에 의뢰했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준공한 지 31년이 지난 상태여서 구조체와 설비배관이 낡았고,주차시설의 절대 부족,지진에 취약 등의 이유를 들어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후 용역 결과를 심의한 안전진단자문위원회에서도 재건축 의견을 채택했다.

안전진단 시행 업체인 한국시설안전연구원이 점수로 매긴 은마아파트의 최종 성능 점수는 '조건부 재건축' 수준인 50.38점으로 나왔다. 최종 성능 점수가 56점 이상이면 유지 · 보수,31~55점은 조건부 재건축,30점 이하는 재건축 대상이다. 조건부 재건축이란 해당 건물이 노후 · 불량 건축물에 해당해 재건축이 가능하지만,붕괴 우려 등 치명적인 구조적 결험이 없어 구청장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건축 확정…시장은 잠잠

하지만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은마아파트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서울지역 대부분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경우 안전진단 결과 재건축 허용 쪽으로 결론이 나면 가격이 크게 출렁거려 온 게 관행이었던 점에 비하면 사뭇 다른 현상이다.

재건축 1차 관문 격인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당장 가격이 뛰지는 못해도 거래 문의가 급증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주변 중개업소들은 "그동안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탓에 웬만한 재건축 관련 소식으로는 추가 상승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재건축 구역 지정을 받을 때쯤 되면 소폭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상승보다는 오히려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투자자들의 매물만 쏟아지고 있어서 가격이 하락 추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5일 현재 현지 중개업소에는 101㎡형(공급면적 기준)이 10억원대,113㎡형은 12억~12억5000만원대의 매물이 매수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호가는 연초 수준이다.

일단 대다수 주민들은 안전진단 통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재건축을 착수하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매수세가 형성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공인중개사 대표는 "조건부 허용에 대해 주민들이 반신반의한다"면서 "안전진단 통과만 8년이 걸렸는데 앞으로의 일을 누가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우선 서울시로부터 허가(정비구역 지정)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강남구청은 새로 신축될 은마아파트의 용적률 건폐율 등의 구체적인 사업 추진 내용을 포함한 정비계획을 수립,제출해야 한다. 서울시는 시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심의 절차에 들어가고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서면 정비구역으로 지정한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으면 아파트와 상가를 포함한 단지 내 토지 등 소유자 4분의 3 이상 동의를 얻어 조합을 설립하게 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본격적인 시행 단계로 넘어가 새로 지어질 아파트의 규모 배치,이주대책,임대주택 등 실제적인 계획을 확정한다.

조합원 재산 가치를 평가하고 신축 주택 입주시의 부담금을 확정하는 관리처분계획 단계가 남아 있다.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은 추첨을 통해 평형별 동 · 호수를 배정받고,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은 현금청산을 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면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 · 철거를 진행한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