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 한독 '돌핀시계' 유명세 증거로 수용
시계 제조사인 한독은 1984년부터 '돌핀시계'를 생산하면서 특허청에 상표를 등록했다. 19년 뒤 2003년 이 회사는 동종업체인 로엔케이에 인수 · 합병되면서 상표 등록을 갱신하지 않아 상표권을 소멸당했다. 2006년 로엔케이는 상표등록을 다시 하려다 이모씨가 이미 같은 이름으로 상표 등록한 것을 알았다. "로엔케이 돌핀시계의 유명세에 편승하려는 부당한 목적으로 이씨가 등록했다"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최근 특허법원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돌핀시계와 관련해 1400여건이 검색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인터넷 포털이 상표분쟁의 승패를 가름하는 주요 잣대로 활용되고 있다. 분쟁에서 주요 다툼 대상이 되는 상표의 '유명세'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인터넷 포털이 손쉽게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상표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상표 사용시기가 늦더라도 다른 상표보다 먼저 특허청에 등록되면 상표권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등록은 안 됐지만 먼저 상표를 썼다는 이유로 권리를 인정해주는 사례도 있다. 후발 상표보다 등록을 늦게 했지만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쓰여 '주지 · 저명해진' 경우다. 이미 잘 알려진 유명 상표와 후발 상표를 혼동하는 피해를 소비자들이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주지 · 저명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에게 해당 상표의 주지 여부를 일일이 물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분쟁에선 흔히 광고 건수와 매출이 증거자료로 제출되지만 소비자들이 상표를 알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기는 미흡하다.

요즘 등장한 것이 바로 인터넷 포털을 통한 주지 · 저명성 확인이다. 홍장원 하나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유명 상표를 가진 업체들이 주로 자기네 상표의 유명세를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점차 많이 사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에 얼마나 인용돼야 주지 · 저명한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은 없는 상태며 법원의 판결도 엇갈리고 있다. '워크맨(WALKMAN)'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상표등록한 일본 소니가 한국 운반하역기 제조업체의 크레인 상표 '워크맨(WORKMAN)'을 상대로 등록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심은 "워크맨이 일반인에게 유명한 상표라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지난 1월 "네이버와 야후의 영어사전에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상표명으로 등록돼 있다"는 등의 이유로 주지 · 저명한 상표로 봤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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