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을 굳히기 위해 신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각종 정보기술(IT) 활용을 극대화해 운전자 편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차량의 전자화를 선도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빠르게 정비 중이다. 현대차가 최근 LG전자에서 디지털TV의 핵심 칩을 연구해온 엔지니어를 영입,신설 전자기획지원팀 팀장(전무급)으로 발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분사 엔진 첫 개발

현대 · 기아차는 작년 말 직분사 엔진을 자체 개발,올초부터 이 엔진을 얹은 쏘나타 GDi(2.4ℓ급)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1990년대 일본 미쓰비시의 직분사 엔진을 장착한 구형 에쿠스를 판매했지만,직접 개발한 직분사 엔진 모델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분사 엔진은 연료를 실린더 내에 직접 쏴주기 때문에 동력성능을 높이고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쏘나타 GDi의 최고출력이 201마력으로,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유다.

연비는 ℓ당 13.0㎞이다. 경쟁 모델인 도요타 캠리(2.5ℓ급)보다 8.3% 우세하다. 최고출력 270마력의 힘을 내는 2ℓ급 직분사 터보엔진도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현대 · 기아차는 준중형 차량에도 직분사 엔진을 장착할 계획이다. 우선 올 8월 출시할 신형 아반떼에 1.6ℓ 직분사 엔진을 채용하기로 했다. 최고출력이 종전 120마력에서 150마력으로 크게 높아진다. 연비 효율성은 10% 이상 개선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연말에 내놓을 신형 그랜저 2.4 모델에도 직분사 엔진을 기본으로 단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 대형차급의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차례로 직분사 엔진으로 바꿀 계획"이라며 "각국 환경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기아차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UVO powered by Microsoft'를 개발했다. 첨단 차량용 운영체제(OS)로,휴대전화 · 아이팟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차량간 연결성을 크게 개선한 게 특징이다.

시스템 이름인 'UVO'는 'your voice'(당신의 목소리)의 약자다. 운전자가 음성 만으로 오디오와 미디어 기기를 작동할 수 있다. MS가 개발한 음성인식 제어 엔진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기존 오디오 기기들이 MP3플레이어나 PMP,아이팟 등 외부 휴대기기를 주로 사용한다면 UVO는 1기가 내장메모리를 기본으로 최대 250곡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형태로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기아차는 쏘렌토R 등 북미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차량에 우선 이 운영체제를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2008년 설립한 차량IT혁신센터에서 다양한 선행기술도 개발 중이다. '차량용 위젯'은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를 작은 아이콘 형태로 만들어 화면에 배열,쉽게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원하는 위젯을 온라인에서 내려받아 차량용 스크린에 설치하면 뉴스와 날씨,교통 상황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기아차는 위젯을 통해 차량 정비이력 관리나 트위터와 같은 온라인 인맥구축 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친환경차가 신성장 동력"

현대 · 기아차는 미래형 친환경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친환경차(그린카) 개발을 비롯한 연구개발(R&D) 부문에만 올해 총 4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작년보다 53.3% 증가한 수치다.

현대 ·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차종 확대 △전기차 양산 △연료전지차 상용화 등 2012년까지 친환경차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북미시장에 올 하반기 쏘나타급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한다. 2011년 출시를 목표로 디젤 하이브리드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인 전기자동차의 경우 오는 8월부터 생산,관공서 등의 시범운행을 거쳐 내년 말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2012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가격을 낮추고 상품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