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억제 대책을 또다시 내놓았다. 지난해 3월에 이어 1년 만이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금융권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PF대출이 다시 불안요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연체율 1년 만에 2%포인트 급등

PF대출은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터진 뒤 금융당국이 관리를 강화하고 일부 부실 PF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사주면서 대출잔액이 한때 줄었고 연체율도 안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난데다 회복 기미를 보였던 부동산 경기가 다시 침체되자 연체율이 치솟았다.

금융권 PF대출 잔액은 2008년 말 83조1375억원에서 지난해 말 82조4256억원으로 약간 줄었다. 그러나 연체율은 2008년 6월 말 3.58%에서 지난해 말 6.37%로 계속 높아졌다. 지난해 3월 금융당국이 PF 대책을 발표한 뒤 캠코 등이 2조9000억원어치의 PF 부실채권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은행권의 PF대출 연체율은 6개월 전 2.62%에서 1.67%로 낮아졌지만 저축은행은 9.56%에서 10.60%로,증권은 24.52%에서 30.28%로,보험은 4.06%에서 4.55%로 올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증권사는 고수익을 노리고 사업 · 분양 승인이 나지 않은 착공 전 PF에 브리지론 대출을 많이 취급해 연체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브리지론은 사업 성사 확률이 떨어지고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저축은행 PF 등 규제

저축은행의 PF잔액은 2008년 말 11조5227억원에서 2009년 6월 말 11조485억원으로 줄었다가 2009년 말 11조8084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경기가 일부 살아난 틈에 다시 대출확대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적용하는 '30%룰'(PF대출을 총대출의 30%이내로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달 중 전체 PF사업장별 평가를 거쳐 PF대출을 총 대출의 20%대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또 '30%룰'을 초과한 대출에 대해선 위험가중치를 현재 100%에서 120%로 높이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저축은행의 PF대출은 총 대출의 18.2%지만 50%에 육박하는 저축은행도 있다. 계열 저축은행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줄여 계열사를 통한 PF대출 확대를 막는 한편 해외 PF 대출은 금감원에 사전 보고토록 해 사실상 금지했다.

다른 2금융사에 대해선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증권사와 여신전문사,종금사는 저축은행 수준(정상여신 0.5~3%)으로,보험은 은행 수준(정상여신 0.9%)으로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이도록 했다. 이들은 현재 정상여신의 0.5%를 적립하고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이미 강화된 적립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또 여전사와 종금사에도 30%룰을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발행을 중개하거나 보유하는 PF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는 예탁을 의무화시켰다. 특히 상장 건설사는 PF 보증관련 정보를 수시로 공시해야 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