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을 제 발로 떠나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실적부진 등으로 강제 퇴출되는 것과는 달리 상장을 유지할 필요를 못 느껴 스스로 발을 빼는 것이어서 큰 우려를 사고 있다.

국내 제일의 진단시약 업체인 에스디의 최대주주인 미국의 인버니스 메디칼 이노베이션즈(IMI)는 이 회사를 상장폐지키로 하고 시장에서 주식을 공개 매수하고 있다. 진단시약 부문 세계 1위인 인버니스는 해외시장에서 에스디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지분을 더 사들여 아예 100%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금형업체인 성우몰드도 이번 정기주총에서 상장폐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경남지역 소주제조업체인 무학과 식품유통업체인 신세계푸드는 이달 주총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기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선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벤처 붐을 타고 상장했던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불만에 줄줄이 떠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코스닥에선 IT(정보기술)업체가 아니면 주목받기 어렵다"며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기면 애널리스트 등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안이 요구되는 IT기업들도 상장사라는 점이 되레 거추장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코스닥을 떠난 세계 3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업인 씨디네트웍스 관계자는 "상장을 유지해봐야 인수 · 합병(M&A) 같은 민감한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 등 경영활동에 애로만 있을 뿐,득될 게 없다는 판단에 시장을 나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스닥을 떠나는 기업들 대부분이 우량주들이라는 점이다. 에스디는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의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한 기업이며,무학과 신세계푸드는 우량기업들로 구성된 프리미어지수에 속한 종목들이다.

상장사들의 코스닥 이탈은 이미 2008년 당시 시총 1위였던 NHN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해 큰 충격을 줬던 때부터 이슈였던 일이다.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기에 앞서 기존 우량 상장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차별화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마냥 공염불에 그치는 것이 안타깝다.

조재희 증권부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