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국내의 사무직 종사자는 3.5%, 전문 · 기술 관련 종사자는 3.3%였다. 농림어업직 종사자는 62.9%.직업이랄 게 별로 없었던 셈이다. 2007년 농림어업직은 6.9%로 줄어들고 사무직과 전문 · 기술 관련직은 각각 14.1%와 19.8%로 늘었다.

직업의 종류가 급증한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직업사전'(한국고용정보원)에 이름이 오른 직업만 해도 1969년 3260개에서 2003년 1만2306개로 4배 가까이 증가했고,지금은 거의 2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독특한 직업도 많다. 반려동물 장의사,불꽃연출가 등.

새로운 직업일수록 외국어 명칭이 많다. 미스터리 쇼퍼(손님처럼 매장을 찾아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사람),사이처(Cyber+Teacher,인터넷 학습사이트 교사),포크 아티스트(Folk Artist,민속공예가) 등.가장 많이 늘어난 건 컨설턴트다. 재무컨설턴트 기상컨설턴트 레스토랑컨설턴트 등.

TV드라마는 다양한 직업을 소개한다. 여성의 경우 패션 · 구두 · 보석 디자이너 등 디자인 부문이 중심을 이루더니 요즘엔 파이낸셜 컨설턴트(FC)가 크게 늘었다. '두 아내'에 이어 '수상한 삼형제'와 '별을 따다줘'에도 등장한다.

먹거리 관련 직업도 부쩍 많아졌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파티셰에서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바리스타를 거쳐 요즘엔 셰프가 대세다. '엣지있게'를 유행시킨 '스타일'에 나오더니 '파스타'에선 같은 단어가 수없이 반복된다. 여주인공이 애인에게 하는 말도 "최셰프 돌아오세요"다.

셰프(chef)의 뜻을 찾아봤더니 '식당의 주방장을 말하는 것으로 이그제큐티브 셰프는 음식 주문,메뉴 개발 등 주방의 모든 운영 책임을 지닌다'고 돼 있다. '호텔 식당,레스토랑 등 양식을 기반으로 한 식당의 '넘버1 요리사'라는 설명도 보였다.

그렇다면 양식당 주방 총괄자는 셰프고,한식당 주방 총괄자는 주방장인가. 규모가 크면 셰프고,작으면 주방장인가. 또 다른 요소가 있는 걸까. 알기 어렵다. 직업 이름이 외국어화하는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내에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있었어도 역할이 달라졌을 수 있다.

방송의 경우 기왕이면 좀더 '폼나' 보이는 명칭이 필요할지 모른다. 취업준비생 88.7%가 드라마 속 직업에 매력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도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국내 방송에선 외국어 명칭을 지나치게 남발하는 경향이 짙다. 직업의 자부심은 명칭이 아니라 처우와 지속성 여부에 좌우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