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탄생한 지 오는 12일로 100주년이다. 삼성그룹은 이를 기리기 위해 어제 기념식을 갖고 사업보국,인재제일,문예지향,백년일가,미래경영 등 그가 일생 동안 추구했던 정신과 기업경영의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물론 한 개인의 탄생 100주년 그 자체가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호암의 경우 인재제일과 사업보국을 축으로 하는 철학과 실천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기업경영 이념으로서 영구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생전 어떻게 기업을 일으키고 성공을 거두었는지 등의 과정을 다시 조명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오늘날 우리 경제가 기업가 정신의 쇠퇴라는 심각한 난제에 직면해 재도약을 위한 활력을 잃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호암이 기업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의 피폐했던 경제 여건에서 1938년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설립하고 이후 제조업을 통해 지금 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과정은 우리 경제의 압축성장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쟁 직후의 폐허를 딛고 설탕과 모직 등 '먹고 입는' 소비재 산업을 일으킨 것부터 오늘날 삼성을 세계의 1등기업으로 끌어올린 반도체사업에 이르기 까지,삼성은 우리 경제의 산업화를 이룩하는 중심적 존재였다.

그가 창업한 삼성그룹이 2세들로 이어지면서 삼성 · 신세계 · CJ · 한솔 등 4개그룹으로 분화 · 발전하고,이들 그룹이 모두 139개 기업에 매출액 226조200억원(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22%를 차지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삼성의 수출만 해도 전체 수출의 20% 가까운 비중이다.

이처럼 삼성을 나라 경제의 버팀목이 될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고 가꿔낸 것이 고 이 회장의 시대와 산업의 흐름을 앞서가는 선견과 혜안(慧眼),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진출이 대표적이다. 모두 반대했지만 나라 경제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확신과 책임감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오늘의 성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00조원,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면서 세계 1위 IT(정보기술)업체로 성장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기업가정신의 고갈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어느 때보다 기업가정신의 고양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구조의 혁신,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때인데도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정부의 각종 규제,불합리한 노동운동 관행 등이 새로운 사업에의 도전을 가로막고 나라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호암이 일생을 통해 보여준 덕목(德目)은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이었고,그것이 성공의 밑거름이자 사업보국을 실현할 수 있는 길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호암이 기업을 세우고 새로운 사업을 벌여 성장시켰던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던 상황이었음에 틀림없다. 지금 그의 끊임없는 도전적 기업가정신과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철학을 다시 되살려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고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지 않으면 안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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