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약개발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제약업계 지원에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제약업계 대표들을 초청,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동아제약 김원배 사장과 한미약품 임선민 사장,태준제약 이태영 회장이 참석했다.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제약산업이 논의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신약개발은 천문학적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어 영세한 국내 제약업계로선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세제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장관은 여기에 동의하며 "범 정부 차원에서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신약 연구개발(R&D)에 대해 세제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바이오 제약산업과 일반 화합물 의약품을 R&D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고 새로운 질병에 대한 연구지원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원천기술에 대한 R&D 세액공제가 신약개발이나 일반 의약품 개발에도 적용되면 대규모 제약사는 20%,중소 제약사는 30%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가령 신약개발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면 법인세에서 200억~300억원을 깎아준다는 얘기다. 재정부는 이 같은 세제지원을 포함한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7일 내놓을 계획이다.

지원방안이 결정되면 국내 제약업계도 신약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는 1980년대 후반부터 나름대로 신약개발에 투자,지금까지 20여년간 14개의 국산 신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LG생명과학이 개발한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2003년 미국 FDA 판매승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내용'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도 신약개발 투자는 기업 자율 판단에 맡겨왔다. 성공확률이 낮은 고위험 비즈니스인 까닭에 거액의 세금을 투입했다 실패했을 경우 부담을 고려해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들이 신약개발을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분류,앞다퉈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국내 주요 제약사의 한 임원은 "이번 세제지원책 외에도 수천억원의 임상시험 등에 필요한 매칭펀드 조성 등 직접적인 지원책도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