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워커, 국내 첫 '킵워킹펀드' 도입
본선 10명 선발…최종 5명에 1억씩 지원

"복서는 땀으로 운다. 눈으로 눈물을 흘릴 때는 목표를 이뤘거나 세상과 이별을 할 때다. "

박현성 팀피닉스 감독(42)이 자주 되뇌는 말이다. 그만큼 박 감독은 좌절을 용납하지 않는다. 박씨는 한국판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불리는 민현미 선수와 영화 '주먹이 운다'에서 주인공 류승범의 실제 모델인 서철 선수를 키워낸 지도자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유망주였던 박씨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끝난 뒤 1993년엔 전신의 93%에 화상을 입고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3년간 27차례 수술을 이겨낸 그에게 '좌절'이란 단어는 오히려 사치스럽다.

박씨는 "젊었을 때는 내가 세계 최고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지금은 내 분신 같은 제자들이 세계 최고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민현미를 처음 영입한 뒤 현재 4명의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의 꿈은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복싱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걸어나온 이가 한 명 더 있다. 권용범씨(31)의 20대는 '음악'과 '암'으로 요약된다. 인디밴드의 보컬로 뮤지션의 꿈을 키우던 권씨는 희귀암 진단을 받고 오른쪽 목과 어깨를 들어내는 두 번의 대수술을 받은 뒤 방사선 치료에 매진했다. 힘든 치료를 마치고 다시 일어서려는 순간 암이 재발했다.

권씨는 "이미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세 번째 수술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열정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돼줬다"고 말했다. 권씨의 꿈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것.권씨는 "노래를 통해 병들고 아픈 사람들을 돕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씨에게 희망이 노래라면 사진작가 김형욱씨(30)에게 희망은 책이다. 김씨는 세계 오지 곳곳에 1000개의 영어도서관을 세우는 것이 꿈이다. 여행가이자 사진작가였던 김씨는 2008년 히말라야 메루피크 원정길에서 하루 5000원도 안되는 일당에 목숨을 걸고 제 몸집보다 큰 짐을 둘러멘 채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하이포터와 마주치게 됐다. 김씨는 "그들 중 한 명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나의 아이들만큼은 더 나은 교육을 받아 더 나은 직업을 갖는 것'이라고 답했다"며 "그 이후 인도의 작은 마을에 첫 번째 도서관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다.

이들은 디아지오의 스카치 위스키 '조니워커'가 운영하는 '킵워킹펀드'에 지원한 300여명 중 1차로 선발된 사람들이다. 킵워킹펀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이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프로그램으로,일반인 5명을 최종 선정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2년간 1인당 1억원씩을 지원해 준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일 본선 진출자 10명을 발표하고 4일부터 최종 우승자 5명을 선발하는 본선 라운드에 들어간다. 본선 진출자로는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자전거여행으로 고국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박정규씨(29),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촬영기술을 익혀 다큐멘터리 감독에 도전하는 회사원 이진혁씨(27),국내 자동차공학의 세계화를 꿈꾸는 국민대 KORA(자동차공학 소모임) 소속 김정년씨(24),4년간 꿈꿔온 시나리오의 영화화를 위해 노력하는 '돌고래 유괴단'의 신우석씨(28),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보존하고픈 산악사진가 조준씨(31),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게임 개발을 꿈꾸는 송병훈씨(40),UCC 스타로 출발해 세계적인 안무가에 도전하는 송학봉씨(29)가 더 있다.

오는 24일 최종 심사까지 킵워킹펀드 홈페이지(www.keepwalking.co.kr)와 오프라인에서 자신의 꿈과 계획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