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지속되면서 투자원금(설정 잔액)이 2년 만에 5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가 올해부터 손실이 회복된 해외펀드의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데 따라 자금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모두 7345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이들 펀드의 설정 잔액은 49조원대로 줄어 2007년 12월31일(49조8856억원)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5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해외 주식형펀드 자금은 매일같이 빠져나가 지난해 11월24일 이후 45일 연속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작년 11월24일도 한 기관의 자금이 들어와 순유입을 기록했던 만큼 사실상 작년 9월10일 이후 98일째 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6조6000억원으로 들어온 자금을 차감한 순유출액은 3조6500억원 수준에 달한다. 해지금액만 따지면 전체 투자 원금(49조8779억원)의 13%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손실 국면에서 벗어난 해외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해지에 나서면서 환매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부터 손실에서 회복한 해외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는 차익에 대해 15.4%의 소득세 및 주민세를 내야 한다.

실제 수익률이 좋은 펀드들을 중심으로 환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H증시에 투자하는 중국펀드가 작년 9월10일부터 지난 주말까지 1조2572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을 비롯 브릭스펀드(9511억원) 아시아퍼시픽(4460억원) 인도(3092억원) 펀드 등의 자금 이탈 규모가 크다. 이들 펀드의 1년 평균수익률은 모두 60%를 넘는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증시가 주춤하고 있지만 고점을 기록했던 2007년10월에 가입한 적립식 해외펀드에 매달 자금을 넣었다면 손실에서 벗어나 이미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펀드를 들고 있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 고금리 은행예금이나 국내 주식형펀드에 일부 자금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7년 10월 말 대표적인 중국펀드와 브릭스펀드로 꼽히는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슈로더브릭스' 펀드에 가입해 매달 똑같은 돈을 납입했다면 지난 주말 기준 누적수익률이 각각 2.6%,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펀드의 설정액은 작년 9월10일에 비해 3500억원,2600억원씩 줄어든 상태다.

오 연구원은 "고수익을 겨냥해 브라질펀드 등에 새로 가입하는 투자자도 있지만 펀드에 오래 전 가입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세금 부과를 피하기 위한 펀드 환매가 올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