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분야의 최강자는 웨스팅하우스다. 세계 시장의 28%를 장악하고 있다. 매출 20억달러,종업원은 9000명 정도다. 덩치는 작지만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원전 분야의 마이크로소프트에 비유되는 회사다. 원전 시장 진출을 노린 일본 도시바에 2006년 인수됐다.

프랑스 아레바는 24%의 시장점유율로 웨스팅하우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한국에도 원전을 공급한 경험이 있는 프리마톰 등 프랑스 원전 업체들의 합병으로 탄생한 지주회사다. 2005년 기준으로 매출 101억유로(약 16조원),세전이익 5억5000만유로(약 8800억원)에 달한다. 일본 미쓰비시와 제휴를 맺고 있다.

원전 선진국들이 펴는 전략은 합병이나 제휴다.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반면 한국은 해외 업체와 전략적 제휴가 없다. 원천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국내 원전 공급 관련 기업을 총체적으로 묶는 '코리아 컨소시엄' 개념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해외 수주 전략은 국가마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이들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공산업 분야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들을 참고할 만하다. 항공 선진국인 미국은 2008년 한 해 동안 항공산업을 통해 201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전 세계 항공산업 매출의 46.8%를 차지하는 액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인 3637억7000만달러의 56%에 육박한다. 미국의 항공산업 고용 인원은 64만3000여명에 이른다. 세계 대형 민항기 시장의 48%를 점유하고 있는 보잉과 3위 업체인 록히드 마틴 등 완제기 제조업체를 보유한 덕분이다.

세계 1위 항공기 제조업체인 EADS를 보유한 유럽연합 국가들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의 2008년 항공산업 매출은 531억달러였다. 한국의 최대 달러 박스 중 하나인 조선업의 2008년 한 해 매출인 542억달러와 엇비슷한 액수다.

항공 정비산업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는 싱가포르도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정비산업 분야에만 집중해 2008년 4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매출인 20억달러의 2배에 이른다. 김웅이 한서대 항공교통관리학과 교수는 "정비 부문은 우리나라가 기술력을 어느 정도 갖춘 상태므로 싱가포르와 같이 대규모로 산업화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산 분야의 롤모델은 프랑스다. 프랑스는 4~5위권 국가로 원전,우주,항공에서 모두 강한 선진국이다. 프랑스는 전투기와 기동무기 분야에서 미국과 러시아에 필적할 만한 실력을 가진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방산 수출액이 100억달러(약 11조5000억원)를 넘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대 프랑스 수입액은 지난해 235억원 규모로 적지만 프랑스는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남미 유럽 미국 등 거의 모든 나라로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우주와 원전산업에 연관된 각종 기술 발전은 곧바로 방산 비즈니스로 접목돼 기술력만 놓고 보면 미국과 러시아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우리의 롤모델은 방산과 항공이 잘 조합돼 있는 프랑스"라며 "20년 내에 90%가량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민제/주용석/장창민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