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옥스퍼드대 교수)는 1990년대 초 침팬지 원숭이 등 영장류 30여종의 사교성을 연구하다가 대뇌의 '신피질(新皮質)'이 클 수록 교류하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피질은 대뇌 반구(半球)의 표면을 덮고 있는 층으로 학습 감정 의지 지각 등 고등한 정신작용을 관리하는 영역이다. 인간의 경우 신피질 크기를 감안할 때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수는 약 150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던바 교수는 호주 뉴기니 그린란드 등의 오지에 남아 있는 원시부족 형태 마을의 구성원이 평균 150명 안팎이란 사실을 확인,자신의 추론을 뒷받침했다. 또 효과적으로 전투를 수행하기 위한 부대의 인원 역시 200명 이하란 점도 밝혀냈다. 요컨대 아무리 발이 넓고 사교적인 사람이라도 온전한 친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는 150명이란 것이다. 이른바 '던바의 법칙'이다.

이번엔 던바 교수가 이 법칙을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온라인상의 '친구 맺기'에 적용해 봤다. 페이스북 등의 사이트에서 관리하는 인맥이 수천명에 이르는 '사교적인 사람'과 몇 백명 정도인 '보통 사람'을 비교했다. 친구의 기준은 1년에 한 번 이상 연락하거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삼았다. 결론은 '두 부류 간 진정한 친구의 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친구가 1500명쯤 된다는 사람들이나 수만명에 달한다는 유명인사들도 실제로는 150여명과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40만개의 방문자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친한 친구 수는 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인간관계 구축능력이 무한 확장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뒤집는 결과다. 다만 여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친분을 유지한 반면 남자들은 운동처럼 직접 만나 어울려야 친구관계가 이어졌다고 한다.

인터넷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우리 삶의 범위도 끝없이 커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머지않아 현실과 별도로 화려한 사이버 세상이 열릴 걸로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연(外延)이 아무리 확대된다 해도 살아가는 이치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인간관계만 해도 마음이 통하는 '진짜 친구'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