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인도 뭄바이 KOTRA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사무실에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구의 인도 남자가 뚫어지게 쳐다봤기 때문이다. 진땀을 흘리게 한 이 사나이의 정체는 바로 '리프트 맨'(Lift man).몇 층에 가는지를 이야기하면 해당 층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준다.

인도에 가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광경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음식을 손으로 먹는다든가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는 것 등 익히 들은 이야기 외에도 여럿이다. 사무실에서 방문객들을 안내하거나 차(茶)를 내오는 사람들은 예쁜 아가씨가 아닌 거의 대부분 우락부락한 남자들이다.

다소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최동석 뭄바이 KBC 센터장이 급히 "그러지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는 "인도에서는 남자가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한다"며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은 큰 실례"라고 말했다.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을 우리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특히 인도인들은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더 멸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야기는 뭄바이 영사관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김동연 총영사는 "인도인들은 역사적으로 악연이 없는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면서도 "최근 한국에 다녀온 인도 사람들이 무시를 당했다는 말들이 퍼지고 있어 큰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온 백인처럼 인도인들을 존중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도는 상호주의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자신이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는 얘기다. 경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인도에 투자를 많이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도움을 주면 비자 발급 등 여러 편의를 제공한다.

12억 인구의 인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다. 한국 기업 주재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오늘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인도 진출을 측면 지원할 수 있는 한 방법은 한국을 찾는 인도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이다. 그들을 이방인처럼 취급하면 인도에 가는 한국인들도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욱진 뭄바이(인도)=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