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신임 주중 한국대사가 지난 28일 취임했다. 현직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중량급 인물이라는 점에서 중국 측도 반기는 눈치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중국 측이 대미 편중외교 가능성에 우려했던 점을 고려하면 잘된 일이다. 류 신임대사도 선린에 기초해 양국관계를 정치적으로 정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 차원 높은 한 · 중 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이다.

류 대사의 취임을 보면서 최근 한층 가까워진 듯한 중 · 일 관계가 떠올려졌다. 일본 정계의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은 지난달 의원 등 600여명의 매머드 방문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이달 중순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한 달 전 청원서 접수란 전례를 깨고 일왕을 방문토록 배려하기도 했다. 일본 측의 이 같은 적극적인 모습은 중국과의 관계를 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파격에 가까운 이벤트가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비단 일본뿐 아니라 미국도 중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미국이나 일본이 중국에 대해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자세로,세밀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좀 과장하자면 세계가 중국에 대해 '구애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국에선 아직 전략적 접근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이 예전처럼 호의적이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오히려 점점 나빠지는 추세인지도 모른다.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에서 철수한 뒤 다시는 한국에 투자하지 말라는 말이 중국 기업가들 사이에서 돈다. 한국에서 활동하던 한 가수가 팀을 탈퇴하겠다고 하자 중국인에 대한 멸시가 원인이었을 거라는 보도가 잇따른다. 중국을 비하하는 한국 드라마를 질타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원성도 높다.

솔직히 얘기하면 중국이 한국에 아쉬워하는 게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중국을 예전처럼 싸구려 제품이나 만드는 나라 정도로 치부한다면 곤란하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힘 센' 신임 대사 한 명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