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한 방송광고는 대체로 이해하기 쉬운 것들로 나타났다. 짧은 시간 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각인시킨 광고가 소비자 가슴에 새겨진 것이다. 독창성이 뛰어나도 소비자의 눈과 언어로 해독하기 어려우면 후순위였다. 한국경제신문과 CM전략연구소가 지난 10월 '2009년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송광고'를 조사한 결과 주요 부문 1등 광고들은 이 같은 공통점을 지녔다. 은행 부문의 한국씨티은행을 비롯해 신한금융그룹(금융그룹),금호 휴그린(건설건재),뚜레쥬르(서비스),신한카드(카드),두산중공업(산업기기) 등이 그것이다.

◆한국씨티은행

남편이 아내를 만난 후 인생이 술술 풀려 아내에게 감사의 뜻으로 큰절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인연은 참으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광고는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이 한국 고객들에게 정감 있게 다가서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여성보다는 남성,특히 30대 남성들이 좋아한 것으로 나타났다. 좋아하는 이유로는 '이해하기 쉽다' '기업이 믿음직하다' '문구가 설득력이 있다' '독창적이다' 순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그룹

'신한 금융생활 이야기' 광고 캠페인은 생활 속 에피소드를 금융과 연계해 소비자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국민 MC' 유재석이 출연한 '분산투자' 편에서는 아내에게 들키지 않도록 비상금을 집안 곳곳에 숨기는 모습을 통해 금융에서도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이 광고는 여성보다 남성들이 좋아했고,특히 40대 남성층에서 호감도가 높았다.

◆금호 휴그린

금호석유화학은 자사의 첫 인테리어자재 브랜드인 '휴그린'을 사람과 건강을 중시하는 '휴머니즘 인테리어'라고 광고한다. 'S.T.Y.L.E'이란 알파벳들이 화면을 메우며 '인테리어는 스타일'이란 멘트가 등장하지만 곧 고현정이 나타나 '깨버려'라고 외친다. 이제 인테리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친환경성이 강조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광고는 남성보다 여성,그중에서도 40대 여성층에서 호감도가 높았다.

◆신한카드

허를 찌르는 모델 기용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 광고였다. 성인들을 타깃으로 하는 카드사 광고에 걸그룹을 등장시킨 것이다. '소녀시대'가 초미니 턱시도를 입고 매력을 뽐내며,20~30대 삼촌팬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애니메이션 '짱가'의 주제곡을 개사한 CM송은 고객 만족을 추구하는 신한카드의 의지를 담아낸다. 이 광고는 남성보다 여성,특히 30대 여성층에서 호감도가 높았다.

◆뚜레쥬르

월드스타 비와 구혜선이 자기 몸보다 큰 조리도구들 사이에서 빵을 굽는다. 비가 직접 부른 CM송은 매장에서 직접 구워 맛있다는 뚜레쥬르의 특징을 충실히 전달한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잠시 동안이라도 꿈과 환상을 되찾아주는 선물 같은 광고다. 남성보다 여성,특히 30대 여성층에서 호감도가 높았다.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오래 전부터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슬로건으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해왔다. 이번에는 '자연을 따라갔더니 희망에 닿았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바람을 따라가니 풍력발전기와 연료전지가 보이고 천사 같은 어린이들이 학예회를 갖는 풍경이 들어온다.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는 중공업 이미지가 미래 지향적인 가치와 함께 친근하게 다가선다. 50대가 특히 좋아했는데,이유로는 '이해하기 쉽다' '독창적이다' 등이 꼽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