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르르 눈 송이가 내리면 참 좋을 것 같은,아무리 추워도 온통 길거리에는 사랑스러운 것들 뿐인 요즘,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야금야금 매료시키는 광고가 있다. 밤새 꼿꼿이 얼어붙은 눈덩이도 단번에 녹여버릴 듯한 기세의 먹음직스러운 빵이 등장하는 이 광고.바로 뚜레쥬르의 '빵 굽는 요정' 편이다.

비와 구혜선이라는 빅모델을 기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 광고는 빅모델을 활용하면서도 모델 자체의 매력을 등에 업기보다 그들의 호감형 캐릭터를 뚜레쥬르라는 베이커리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 광고 속 슈퍼스타는 뚜레쥬르의 빵을 직접 구워내는 요정일 뿐이지 아시아의 별도 꽃보다 아름다운 미녀도 아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현명한 모델 전략은 보통 광고들이 쉽게 취하기 힘들다.

모델 전략 외에 이 광고가 고객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훌륭한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제1조건인 '언제나 쉽고 단순할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하기 때문에 오히려 광고를 시청한 고객들이 갓 구워낸 빵을 먹고 싶다는 니즈를 고객 스스로 그것도 매우 즉각적으로 형성해 낸다는 점이다.

하루 동안 우리에게 노출되는 광고는 수십여 편이 넘는다. 왜 유독 뚜레쥬르 광고가 우리의 입맛을 당기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매장에서 갓 구워낸 빵이라는 광고 메시지가 현란하지 않은 장면 처리로 노릇노릇한 빵을 구워내는 모델을 통해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귀에 익숙하고 단순하지만 그래서 강력한 'CM송'덕분이다. 아니,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오감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한 단계 진화한 '다차원적인 CM송' 덕분이다. CM송을 사용한 광고는 많지만 CM송을 잘 활용한 광고는 예상 외로 많지 않다. '손이 가요 손이가…''먹어도 먹어도 변함 없고…'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히트한 광고의 CM송 한마디 정도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잘 만든 CM송은 어떤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할까? 또 광고라는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 안에서 CM송이라는 하나의 구성 요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익숙하게 보고 들어온 과거의 CM송과 최근 마주치는 오감을 자극하는 CM송은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주요 요소로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CM송을 활용한 광고를 크게 일차원적인 광고와 다차원적인 광고로 나눠 볼 수 있다. 일차원적인 광고는 CM송을 주로 광고 메시지의 효율적인 전달 수단으로 활용해 온 과거의 광고들이다. 지금까지의 CM송들은 대부분 광고의 중요 메시지를 고객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았다.

이 때문에 CM송의 노래 가사는 고객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자극의 범위 안에서 다소 둔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차원적인 광고'는 보다 고객지향적인 CM송을 활용해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구성해낸다. 제품 자체 혹은 직접적인 광고 메시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단순히 CM송의 유행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즉,고객의 모든 감각을 자극시켜 CM송을 통해 브랜드와 고객이 보다 다양하게 감정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빵 냄새 살랑살랑 / 배 속은 꼬르르륵 / 여기서 구워요 뚜레쥬르 / 참깨가 말랑말랑 / 입안에 샤르르르 / 여기서 구워요 뚜레쥬르 / 모락모락 오븐가득 / 빵 굽는 뚜레쥬르 좋아 / 모락모락 오븐가득 / 여기서 구워요 뚜레쥬르~"

이것은 뚜레쥬르 '빵 굽는 요정'편의 CM송으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어느 구절에서도 브랜드 입장에서 고객에게 인위적으로 상품을 강조하는 광고의 카피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뚜레쥬르는 모든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굽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바로 구운 빵이 가장 맛있다'라는 인식을 오감을 통해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가사를 외우게 하는 작위적인 기업형 CM송과 오감을 자극시켜 브랜드를 간접 체험하게 하는 고객 지향적인 CM송,과연 무엇이 고객에게 자신을 더 좋은 브랜드라 설득시킬 수 있을까.

다차원적인 광고에는 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다가가는 특별한 CM송이 있다. 단순히 재미있고 특이한 노래로 광고를 띄우기보다는 오감을 자극하는 노래를 통해 광고 속 수 많은 표현 요소들에 힘을 실어주고 그 과정에서 광고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도록 도와주는 CM송의 힘.이것이 바로 이 광고가 사랑받는 가장 큰 비결이다.

유장선 (광고칼럼리스트, 엠포스 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