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을 공개할 수 없습니다. 법률적으로 검토했더니 문제가 있어서요. "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사립대학 8곳을 경영부실에 따른 퇴출 후보로 확정하고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게 교과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경영실사를 받은 22개 대학 가운데 최종적으로 퇴출 후보에 오른 이들 8개 대학은 재학생 충원율,등록금 의존율 등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재무지표와 교수 충원율 등 교육여건을 가늠할 수 있는 교육지표가 모두 낙제점인 'D' 판정을 받았다. 경영개선 권고 등 자구노력과 다른 대학과의 합병 등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지만 조만간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교과부는 지난 5월7일 대학선진화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하면서 "현지 실사를 거쳐 11월엔 최종 부실대학을 판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11월로 발표시기를 못 박은 이유는 대학 정시모집이 시작되기에 앞서 부실대학을 가려내 대학 수험생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추가 실사 등을 이유로 명단 발표를 늦추더니 급기야는 아예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후퇴됐다. 실사 대상을 전국 293개 사립대에서 22개 대학으로 축소한 데 이어 부실 확정 대학도 8개로 줄었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정원을 30% 이상 못 채운 대학 27개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2003년 경북 경산시 여천동에 문을 연 아시아대학은 2007년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고 지난해 2월 폐교 조치됐다. 2006년까지 입학한 810명 가운데 졸업한 51명을 제외한 나머지 750여명은 졸지에 학적을 상실했다. 그동안 수강한 학점마저 인정받지 못해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도 어렵다.

이번 정시모집에서 사정도 모르고 이들 8개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몇 년 뒤 아시아대학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자구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이들 8개 대학이 살아남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재학생을 보호해야 하고,내년에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교과부의 설명도 일리가 있어보인다. 하지만 자구노력에 실패할 경우 몇 년 뒤 학생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지 묻고 싶다.

정태웅 <사회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