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 및 금융지표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미국 GDP성장률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3 · 4분기 2.8%의 큰 폭 플러스로 반전했고,다우존스지수가 10000포인트대에 안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미 금융회사 파산 문제가 다시 점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2009년 들어 총 140개 은행들이 파산했다. 이는 2000~2008년 8년 동안 총 36개의 은행파산에 비해 무려 4배에 가까운 수치며,1990년대 초반 미국 저축대부조합(S&Ls) 사태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의 은행파산 급증 현상에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은행파산 급증은 그만큼 미국 금융부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노력에도 금융권 부실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에 이어 프라임 주택대출과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등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으며,최근 들어 신용카드,자동차,학생대부 등 소비자금융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상업은행 연체율이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3 · 4분기 3.74%에서 2009년 3 · 4분기 7.03%로 급등했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 2009년 3 · 4분기 현재 일반은행들의 고정이하 여신비율 1.48%와 비교하면 매우 높다.

그런데 이러한 금융부실이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최근 5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 주택시장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간 주택경기 회복은 세제혜택 등 정부의 다양한 지원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서 미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만만찮다.

현재 은행들의 보수적인 자산운용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가치가 대출금을 하회하는 잔여가치 마이너스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이에 따라 채무불이행 대출자들에 대한 주택차압이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부동산시장이 다시 침체 반전되고,모기지시장의 악화가 지속될 경우 미국발 2차 금융불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2008년 3 · 4분기 1.52%에서 2009년 3 · 4분기 2.88%로 빠르게 증가한 미국 상업은행의 상각률이 앞으로 4%대 이상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최근의 IMF 금융안정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불안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금융위기로 진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비록 증가하고 있지만 부실규모가 파악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 정부가 고비용의 금융시스템 붕괴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부실 해소와 금융위기 완화 등을 위해 상당기간 금융완화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낮은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금융 불안에 따른 미국 금융기관의 보수적인 운용으로 민간부문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축소) 현상이 나타나 개인 및 중소기업 파산,소비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IMF 등도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겠지만 향후 상당기간 저성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는 우리의 수출을 둔화시키고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경제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 등은 미국의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 향후 전개될 영향과 전망을 심층 분석하고,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론이 힘을 받는 상황에서 성급히 나올 수 있는 출구전략 논의에 보다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硏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