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산업 가운데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가장 눈에 돗보였던 업종은 바로 '자동차'였습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품질경쟁력이 높아진데다 금융위기로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소형차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데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2009년 우호적이었던 경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에다 글로벌 경쟁사들의 반격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진욱 기자가 그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2009년은 한국 자동차산업 역사에 획을 그은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감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는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3분기 누적 업체별 영업이익) (단위:조원, %) 현대기아 닛산 벤츠(승용) 영업이익 0.9 0.8 0.6 영업이익률 7.1 3.6 3.5 혼다 도요타 BMW 영업이익 0.2 -0.3 -0.1 영업이익률 0.9 -0.5 -0.7 실제로 파산보호 신청을 했던 GM과 크라이슬러를 제외하더라도 올해 9월말까지 현대기아차의 실적은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GM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던 도요타와 명차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로 각인된 벤츠와 BMW의 실적도 초라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류기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로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GM의 파산보호 신청, 도요타의 사상 첫 영업적자 같은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상반기가 지나면서 수요가 조금씩 회복세를 탄 것이 2009년 시장 전체의 흐름이었습니다." 여기다 2009년 상반기부터 급등한 원달러 환율 상승세와 엔달러 환율의 내림세도 실적개선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했습니다. (2008년~2009년 원달러 평균환율) (단위:원) 1,301.6 +28% => 1,013 ------------------------------------ 2008년 1~9월 2009년 1~9월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원달러 평균환율은 1천301원60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13원과 비교하면 28%나 상승했습니다.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수출된 국산차는 30% 이상의 가격경쟁력을 지니게 된 셈입니다. 특히 올해 내수판매가 오히려 감소한 반면 수출이 강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내수 감소분의 상당액을 환율이 커버하는 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여기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이 정책적으로 수요증대를 위해 취한 조치도 순풍으로 작용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연말까지,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 뿐만아니라 신흥시장인 중국도 신차 구입시 세금감면 혜택을 주면서 대기수요를 자극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업계의 승승장구도 연말로 접어들면서 그 분위기가 달라지는 양상입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순풍으로 작용했던 변수들이 하나둘씩 역풍으로 바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기존 강자들이 구조조정을 마치고 턴어라운드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S4)(선진업체, 점유율 회복 '재시동') GM과 크라이슬러 같은 미국업체 뿐만아니라 환율 역풍을 맞았던 도요타와 혼다 같은 일본업체들도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가을부터 캠리와 프리우스 같은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앞세운 일본계의 공격적 행보는 신경 쓰이는 대목입니다. 이들은 여기에 2009년 인기를 끌었던 소형차 부문에 신차를 대거 투입하는 방식으로 잃었던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며 칼을 갈고 있습니다. (글로벌 업체간 합종연횡) 폭스바겐:포르쉐 인수로 세계 1위 등극 폭스바겐:스즈키 인수로 인도 공략 푸조씨트로엥:미쯔비시 인수로 기술력확보 GM:상하이차와 공동으로 인도 공략 국경선을 넘나드는 업체간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동시에 미래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율과 정책지원처럼 업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송상훈 교보증권 연구위원) "2010년 국내 업계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환율입니다. 환율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고 엔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2009년에 보여줬던 실적은 기대하기 힘들수 있습니다." 그린카로 대표되는 미래자동차 개발면에서 국내 업계가 역부족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류기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09년이 하이브리카로 대표되는 그린카 경쟁의 원년이었다면 2010년은 전기차 선점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 질 것입니다. 세계 모든 업체가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경쟁을 한층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7월 2013년까지 친환경차 개발을 위한 R&D에 총 2조1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업체의 연구개발비를 살펴보면 한국 자동차산업이 앞으로 헤쳐나가야할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업체별 R&D 투자액) (단위:억유로, %) 도요타 76.1 현대차 12.5 덴소 24.7 모비스 0.7 2008년을 기준으로 현대차의 R&D 투자액은 12억5천만유로로 1위인 도요타의 1/5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품업체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일본 덴소는 현대모비스가 30년 이상 투자해야할 금액을 1년에 퍼붓고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업체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불안한 노사관계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입니다. 비록 현대차가 완전무분규로 임단협 잠정안에 합의했지만 넘여할 산은 여전합니다. (송상훈 교보증권 연구위원) "내년에는 주간연속 2교대,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처럼 구조적인 이슈를 어떻게 협상하느냐에 따라 노사관계는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습니다." 실적을 배분하는 1차원적인 협상이 아니라 세계 빅3로 가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노사간 협력이 그만큼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모처럼만의 노사타협으로 분위기는 호전됐지만 앞날을 예견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2009년 한국 자동차산업은 준비된 전략으로 불황을 무색케하는 눈부신 약진에 성공했습니다. (2010년이 진정한 '자동차전쟁' 원년) 그렇지만 2010년이 진정한 '자동차 전쟁'의 원년이라는 지적에는 이견이 많지 않아보입니다. 우리가 지금의 성공에 안주해 샴페인을 터뜨릴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영상취재 양진성,변성식 영상편집 이대수) "자동차 산업은 그 어떤 산업 보다 파급효과가 큰 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지역이나 국가를 대표하는 업체가 흔들리면 그 지역과 국가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2009년 한국 자동차업체는 한 단계 도약하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WOWTV NEWS 최진욱입니다." 최진욱기자 jw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