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손실금 손해배상 소송을 둘러싸고 판매회사와 자산운용사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펀드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인 '블리스 아울렛사모특별자산신탁1호'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올해 초 제기한 26억825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둘러싸고 운용사인 드림자산운용(옛 블리스자산운용)과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소송을 당한 드림자산운용이 판매회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림자산운용은 3건의 관련 소송 중 3건 모두 피소된 상태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이중 1건에만 피소됐다.

'블리스 아울렛사모특별자산신탁1호'는 재고의류 처리업체에 투자해 수익금을 나눠갖는 펀드다. 2007년 9월 사모형식으로 총 50억원 규모가 판매됐다. 그러나 투자한 회사 사장이 투자금을 불법 유용하면서 23억원 가량 손해가 났다.

이를 두고 투자자 15명이 펀드손실을 보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소송은 현재 3건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인투자자 12명이 제기한 소송과 1명이 제기한 소송의 피고는 블리스자산운용 뿐이다. 2개의 법인이 함께 제기한 소송건은 블리스자산운용과 한국투자증권이 모두 소송대상이다.

대부분의 펀드관련 소송이 자산운용사와 판매회사를 동시에 고소하는 것과는 달리 2건은 운용사만을 상대로 했다. 이를 두고 드림자산운용측은 한국투자증권이 투자자들을 현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해원 드림자산운용 사장은 "우리(드림자산운용)에게도 운용상에 책임이 있는 건 인정한다"며 "그러나 판매에 있어서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고 같이 손해배상에 나서야할 한국투자증권은 우리에게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정 사장은 13명의 투자자(2건의 소송임)들이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의 협력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판매사(한국투자증권)로부터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투자자들이 더 많고 확실한 손해배상을 원한다면, 운용사·판매사 양측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판매사의 도움을 받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점이 석연치 않다는 얘기다.

드림자산운용의 변호를 맡은 이상준 변호사는 "최근 입수한 문건에 '투자자가 승소할 경우 회수금액 중 10%를 소송대리인(한국투자증권 협력 법무법인)이 성공보수를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판매사가 착수금을 대주면서까지 운용사에게만 책임을 전가시키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설강호 한국투자증권 컴플라이언스 부서장은 "우리는 투자자들을 지원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투자자들이 추가로 우리(한국투자증권)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응할 의사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운용에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할 것을 한국투자증권에 요청했다는 것.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판매사로서 운용결과에 따른 손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원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대신 투자자들로부터 판매보수을 받은 만큼 투자자들에게 소송과 관련된 절차, 자료, 비용 등을 지원하게 됐다고 설 부서장은 전했다.

그는 "판매직원이 펀드의 원금보장확인서를 써 준 일도 없고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근거도 없다"며 "운용사가 펀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책임을 판매사에 떠넘길 셈이냐"고 반문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